“내년 1분기 나올 D램 물량까지 계약이 거의 끝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반도체업체들은 하반기 들어 본격화하고 있는 D램 시장 호황을 맞아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상승세로 돌아선 D램값은 4분기 30% 이상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PC 스마트폰용 D램 수요가 늘고 있지만 업계의 투자 축소, 공정미세화 지연 등으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서다.
반도체 호황…"D램, 내년 1분기 물량까지 팔려"
◆예상치 못한 PC 수요 증가

대만 반도체 가격정보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4분기 D램 고정거래가가 예상보다 많은 노트북 수요 등으로 30%가량 오를 것이란 예측을 5일 내놨다. 지난달 4기가비트 D램의 고정거래가(DDR3 4Gb 512Mx8, 1333/1600㎒ 기준)가 8.7% 올랐다고 전날 발표한 데 이어 앞으로 상승세가 가팔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D램값은 올 상반기만 해도 계속 떨어졌다. 작년 말 1.72달러이던 4Gb D램칩은 6월 말 1.25달러까지 내렸다. 하지만 지난달 1.5달러까지 반등했다. 시장의 수급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선 노트북 수요가 예상보다 늘고 있다. 인텔은 최근 ‘PC 수요가 개선되고 있다’며 3분기 매출 전망을 기존 149억달러에서 156억달러로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운영체제(OS) 윈도10 무료 업그레이드가 7월 말 종료된 뒤 노트북을 아예 새로 사는 사람이 늘고 있고, 게임 ‘오버워치’ 인기로 게이밍 PC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D램이 잘 팔리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4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D램 시장 수급이 개선되고 있다”며 “다음 분기에 2억4500만~3억30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2분기엔 27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스마트폰 D램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7에 3GB D램(아이폰6는 2GB)을 적용하는 등 신형 스마트폰들이 직전 제품보다 많은 용량의 모바일 D램을 탑재해서다.

◆앞으로도 공급 증가는 제한적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새로 설치한 D램 라인은 작년 가동에 들어간 삼성전자의 17라인(1단계)과 SK하이닉스의 M14라인뿐이다. 매년 라인이 1~2개 이상 늘고 있는 낸드플래시와 다르다. 삼성은 지난 상반기 D램을 만들던 15라인 일부를 3차원(3D) 낸드 라인으로 바꾸기도 했다.

여기에 업계 ‘빅3’ 중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20나노미터(㎚)대에서 공정미세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생산량이 제자리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매년 공정을 한 단계씩 미세화하며 생산량을 30%가량 늘려왔는데, 20㎚ 벽에서 막히면서 공급량이 예상보다 적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18㎚ 양산에 들어갔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20㎚ 초반대 공정에도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영업적자를 낸 이유다. SK하이닉스는 3분기부터 21㎚ 공정에서의 생산을 확대해 4분기에 7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기대된다.

업계는 D램이 18㎚ 선에서 더 이상의 공정 미세화가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 이상 가려면 초고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가 필요해서다. 이를 도입하면 원가가 대폭 상승해 공정을 미세화해도 생산성 향상이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를 꺼린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D램 업체들은 성장률이 높지 않은 시장에선 현재 3사 과점 체제가 유지되는 게 최상이라고 판단해 투자를 줄이고 있다”며 “D램 공급 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