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KT 가입자가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 사진=KT 제공
서울 광화문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KT 가입자가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 사진=KT 제공
[ 박희진 기자 ] "스무살의 011" "메이드 인 트웬티(Made in 20)"

17년전 'TTL'을 모르는 20대는 없었다. TTL은 1999년 SK텔레콤이 19~24세를 타깃으로 내놨던 이동통신 브랜드다. 관심을 끈 건 개성있는 슬로건 뿐만이 아니었다. 차별화된 요금 할인과 멤버십 혜택은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후에도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다양한 연령대 특화 요금제를 선보여왔지만, 10대 청소년과 장년층 이상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 주를 이뤘다.

최근 다시 20대와 대학생을 겨냥한 이통사 요금제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자리잡은 가운데 데이터 부족에 시달리는 20대의 목소리를 요금제 편성에 적극 반영하는 추세다.

KT 'Y24' 요금제 흥행…SKT 맞불

5일 KT에 따르면 지난 3월 출시한 'Y24' 요금제의 가입자는 지난달말 기준 20만명을 넘어섰다. 이 요금제는 만 24세 이하 고객 전용 데이터 요금제로, 기존 데이터 요금제와 같은 요금에 매일 3시간까지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데이터 무제한 이용 시간은 사용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KT의 20대 전용 요금제가 흥행을 이어가자 SK텔레콤도 비슷한 요금제를 선보이며 맞불을 놓았다. SK텔레콤은 이날부터 20~30세대를 겨냥한 '밴드 YT' 요금제를 출시한다. 이 요금제는 데이터 이용량이 많은 특정 장소와 시간대에 데이터를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했다.

특히 전국 350여개 대학 캠퍼스 내 데이터 무제한 혜택을 선택할 수 있어 대학생에게 유용하다. 직장인들을 위해선 매일 출퇴근 및 점심시간 등 총 6시간동안 데이터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혜택을 마련했다.

KT와 달리 요금제 가입 시 연령 제한은 두지 않았지만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20~30대가 타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데이터 고민' 20대에 혜택 제공

이통사들은 요금제를 만들 때 세대, 지역, 직업 등 고객 타깃을 세분화한다. 집단별로 모바일 사용 습관과 사용량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맞춤형 요금제로 수요를 충족시키는 전략이다. 특히 최근엔 각 집단의 데이터 소비 습관을 분석해 반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요금제가 데이터 중심으로 개편된 이후 이통사들은 고객들의 데이터 관련 혜택을 높이는 방향으로 요금제를 손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데이터 사용량은 많지만 고가 요금제 쓰기가 부담스러운 20대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모바일 트렌드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20대는 과거에도 이통 업계의 주요 타깃층이었다. 그러나 특정 시간대와 장소에서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파격적인 요금제는 처음이란 설명이다.

과거 20대 타깃 요금제는 통화 할인과 무료 문자, 영상통화 제공량 확대 등을 주요 혜택으로 내걸었다. 주활동 지역이나 가족, 친구, 연인 등 특정인을 지정하면 통화 할인폭을 늘려주기도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TTL 이후 오랜만에 '20대'라는 타깃층을 전면에 내세운 요금제를 선보였다"며 "요금 할인 수준을 넘어 캠퍼스 내 데이터 무제한과 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