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700억원대 수출금융 대출사기를 일으킨 ‘모뉴엘 사건’에 이어 2년 만에 가전 수출업체 온코퍼레이션의 1500억원대 대출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무역보험 제도의 허점이 또다시 드러났다. 정부가 모뉴엘 사건 이후 재발방지를 위해 지난해 내놓은 무역금융 개선 대책도 ‘공염불’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4월 무역보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관세청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모뉴엘 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무역금융 전면쇄신 대책’을 발표했다. 2014년 10월 모뉴엘 사건 발생 이후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가 넉 달간 논의를 벌인 끝에 마련한 대책이었다.

정부는 쇄신 대책에 따라 무역보험공사에 대한 감독 권한을 산업부, 감사원뿐만 아니라 금감원에도 부여하도록 무역보험법을 개정했다.

무역보험 악용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100만달러 이상 계약분에 대해선 수출계약 진위 확인을 의무화하는 등 보험 인수 심사를 강화했다. 해외 위탁가공·중계무역에 대한 현장실사도 반드시 시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온코퍼레이션의 대출사기를 막지는 못했다. 온코퍼레이션에 수출보험을 내주고 사후관리를 하는 과정에서 모뉴엘 사건 때와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된 것이다.

온코퍼레이션 전직 직원은 “무보는 TV를 위탁 생산하는 중국 공장만 수차례 확인했을 뿐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미국시장 판매상황에 대해선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며 “TV 펌웨어 문제로 미국에서 대량 반품이 발생했을 때도 창고 실사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관세청은 온코퍼레이션의 재산 국외도피와 불법외환거래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를 벌여 작년 10월 제주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 무보는 올해 초부터 온코퍼레이션의 대출사기와 관련한 제보를 수차례 받았지만 모두 묵살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온코퍼레이션 무역보험 사고 가 모뉴엘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 이라는 점에서 주시하고 있다”며 “다만 부실보증 의혹 등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무보 관계자는 “온코퍼레이션이 아직 미국에서 영업하고 있고, 무보와 소송이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언급이 곤란하다”며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오형주/김순신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