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통합재단 출범 따른 운영 투명화로 기존 논란 일부 해소 노력
"설립배경 등 의혹 해소 안돼 논란 당분간 이어질 듯"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0일 각종 의혹이 제기된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를 해산하고 새로운 통합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그 배경에 정치권과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이들 두 재단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야권을 중심으로 공방이 끊이지 않자, 재단설립의 '산파' 역할을 한 전경련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직접 나서 논란의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재단 구성원을 교체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은 그동안 정치권과 언론에서 지적한 사항들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한류 문화와 스포츠를 통해 창조경제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차례로 출범했다.

당시 미르 재단에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16개 주요 그룹에서 486억 원을, K스포츠 재단에는 19개 그룹에서 288억 원을 출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경련이 모금을 주도했다.

이들 재단은 설립 이후 크게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않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지난 7월 미르 재단 설립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관여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당시 주장은 재단 내부 분란에서 비롯된 데다 안 수석이 이런 주장을 부인하고 다른 대형 이슈가 쏟아지면서 잠시 수면 아래로 잠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한 언론에서 'K스포츠 이사장 임명 등 재단 인사에 대통령 측근인 최순실 씨가 관여했다'고 보도하면서 '청와대 비선 실세' 관여설까지 나오고 국정감사 기간까지 겹치면서 이 사안에 본격적으로 논란이 불붙기 시작했다.

야당에서는 800억 원 가까운 거액의 출연금이 한순간에 모이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재단 설립 신청 하루 만에 이례적으로 허가를 내준 것은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또, 미르와 K스포츠의 정관과 창립총회 회의록이 거의 똑같고 재단의 창립총회 회의록이 허위로 작성됐다는 등 재단 설립 과정과 배경, 주체, 인적 구성, 운영을 비롯한 여러 방면에서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K스포츠의 2대 이사장인 정동춘 씨가 스포츠마사지센터 운영 등 재단 설립 취지와 동떨어진 이력에도 임명될 수 있었던 것은 센터에 다니던 최순실 씨가 역할을 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심지어 이들 재단이 대통령이 퇴임 후를 대비한 것이라는 추측까지 뒤따랐다.

청와대는 이에 일단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대신 기업들의 모금을 주도했던 전경련의 이승철 부회장은 의혹 제기 이틀 뒤인 지난 22일 직접 나서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에 대한 청와대 개입설을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두 재단은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 내가 낸 아이디어로 설립됐다"며 "안종범 수석에게는 출연 규모나 방법 등이 거의 결정됐을 시점에 알렸을 뿐 사전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회장은 23∼24일 열린 전경련 추계 세미나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미르와 K스포츠 정상화 방안을 10월 초까지 마련해 공식 발표하겠다"며 "논란이 된 K스포츠 정동춘 이사장의 거취를 1주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동춘 이사장은 29일 입장표명문을 내고 자진 사퇴했고, 하루 뒤인 30일 전경련은 미르와 K스포츠를 10월 중 해산하고 잔여재산을 통합한 750억원 규모의 신규 통합재단을 설립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전경련은 당초 10월초 두 재단의 조직 개편안, 10월 중순 두 재단의 사업 비전을 각각 공식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으나, 논란이 확산하자 발표 시기를 앞당기면서 두 재단을 '해산'하고 통합 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르와 K스포츠에 출연한 대기업들이 자발적 의사로 참여한 게 맞는지 등 여러 의문점이 풀리지 않고 있어서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들은 두 재단의 설립과정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는데 오늘 전경련이 발표한 것은 재단 운영에 대한 미래구상이어서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