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국인 투자자 이탈 가속
일본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엔화 강세 전환으로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도 삐걱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올 들어 9월 셋째주까지 일본 증시에서 5조9900억엔(약 65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1~9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연간으로도 ‘검은 월요일’이 있던 1987년을 제치고 최대가 될 전망이다. 1987년에는 연간 7조1900억엔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2012년 가을 이후 지난해 여름까지 총 20조엔을 순매수했다. 이 덕분에 8,500대에 머물던 닛케이225지수는 지난해 6월24일 20,900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순매도로 돌아서기 시작해 누적 순매수분의 40%가량을 토해냈다.

이 같은 대규모 순매도는 엔고(高)에 따른 수출주 실적 하향 조정에 대한 우려 탓이 크다. 지난해 말 달러당 120엔이던 엔화 가치는 100엔에 근접했다. 아베노믹스는 일본 경제를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대규모 양적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전략이라는 세 가지 화살을 쏘아올렸다.

일본은행은 지난 3년 반 동안 250조엔가량의 돈을 쏟아부었지만 미국 금리인상이 늦어지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이 구체화하지 않는 데 대한 ‘실망 매물’도 있다. 노동 의료 농업 등의 구조개혁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순매도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닛케이225지수 하락률은 13% 남짓에 그쳤다. 일본 증시가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일본은행이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ETF 매입 한도를 연간 6조엔으로 두 배가량 늘렸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