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실력 인정 의미…일대일로·AIIB 추진도 동력
"3천억弗 순자본 유입 전망"…시장개방·금융개혁 과제 산적


중국 위안화가 내달 1일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하면서 위안화 기축통화 시대가 열린다.

지난해 11월 30일 IMF 집행이사회 결정에 따라 10월 1일부터 위안화는 SDR 통화바스켓에 공식 편입돼 달러,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와 함께 외환보유 자산으로 공식 인정을 받는 화폐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IMF가 위안화의 SDR 편입 심사를 시작한 지 5년 만이다.

신흥국 통화로서는 첫번째 준비통화로 인정받는 것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이뤄진 전후 국제 금융질서에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SDR 도입 이후 처음으로 개발도상국 통화가 준비통화로 편입돼 중국이 글로벌 금융체계로 융합됐음을 의미하는 중요한 이정표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를 인정한 것과 동시에 SDR의 대표성과 흡수력을 증강해 국제 금융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경제성과 인정…위안화 위상 급상승
경제규모 확대를 통해 '통화 굴기(堀起)' 전략을 펼쳐온 중국은 이번 SDR 편입으로 위안화의 위상을 급격히 높이게 됐다.

이는 무엇보다 중국의 경제규모와 실력을 국제사회가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다는 점이 작용했다.

중국의 경제규모 확대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중국은 2010년에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일본과 비슷했지만, 2013년에 일본을 제친 뒤 2015년 현재 10조3천억 달러로 일본(4조8천억 달러)을 두 배 차이로 압도하며 확고한 '세계 2위' 자리를 굳혔다.

신화통신은 "위안화 SDR 편입은 중국 금융시스템의 수십 년에 걸친 개혁·개방의 결과로 국제사회가 중국의 종합국력과 경제성과를 인정해주면서 중국 금융체계에 새로운 책임과 의무를 부여한 시작점"이라고 평가했다.

SDR 바스켓에서 위안화의 비중은 10.92%로 정해졌다.

이에 따라 달러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나머지 4개 통화의 비중은 각각 41.73%, 30.93%, 8.33%, 8.09%로 조정됐다.

하지만 이미 위안화는 현재 달러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의 무역융자 통화이고 무역결제 통화로는 세계 4위와 5위를 오가는 수준에 올라 있다.

랴오정 중국사회과학원 평화발전연구소 부소장은 "위안화는 국제통화로서 각 지표의 점유율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SDR 바스켓 비중이 높게 책정된 것은 중국의 경제적 성과와 위안화 국제화 노력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 인민대가 무역결제와 금융거래, 외환보유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산출하는 위안화 국제화지수(RII)는 2012년 1분기 0.56에 불과했으나 2015년 4분기 3.60으로 6배가량 높아졌다.

달러화나 유로화의 국제화 지수 54.97, 23.71에는 못 미치지만 엔화(4.29), 파운드화(4.53)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일대일로 연안에 거대한 경제권이 조성되면서 무역, 투자거래가 늘어나고 위안화 사용범위와 사용량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사업도 위안화 SDR 편입으로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 SDR 채권 발행…中 위안화 국제화 목표 개혁
달러 중심의 국제 통화시스템에 반기를 든 중국은 2009년 위안화의 국제화를 공식 선언한 뒤로 위안화 기축통화 부상을 위해 과감한 개혁을 추구해왔다.

중국은 무역결제 확대, 자본거래 및 외환거래 개방, 금융안정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며 IMF가 제시한 과제들을 중심으로 위안화의 태환성을 늘리는데 중점을 뒀다.

특히 지난해 11월 SDR 편입 결정을 전후해 경상 및 자본거래 뿐만 아니라 금융부문 개혁과 자본유치 규제 완화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해 7월 채권시장 진입 심사제를 등록제로 전환한 것을 시작으로 위안화 예금 금리 상한선 폐지, 역외 중앙은행의 은행간 외환시장 진입 허용, 미국에 대한 2천500억 위안 규모의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제도(RQFII) 쿼터 부여 등의 정책이 이어졌다.

역외 위안화 거래센터 구축, 역내 위안화 직거래 확대 등도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의 일환이었다.

특히 중국은 지난 6월 미국에서 위안화 거래와 결제업무를 강화해 미국에도 역외 위안화 거래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 대외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30%에 육박하고 있고 세계 무역결제에서도 그 비중이 3.38%에 이르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33개국과 3조3천100억위안에 달하는 통화 스와프도 맺고 있다.

환율 제도도 시장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작년 8월에는 위안화 기준환율 결정 메커니즘을 외환수급 상황, 주요 통화의 환율 움직임 등을 고려해 실제 시세가 반영될 수 있도록 개편했다.

아울러 복수 통화 바스켓을 기반으로 한 외환거래센터(CFETS) 위안화 환율 지수를 도입하기도 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중국은 SDR을 달러를 대체하는 '슈퍼통화'로 만들자는 방안을 제시하며 달러 중심의 통화체계를 개혁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이는 지난달 31일 세계은행(WB)이 중국 은행간 채권시장에서의 SDR 표시 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이어졌다.

SDR 표시채권이 발행된 것은 1980년대 초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SDR 사용 확대 방안을 강조하면서 달러 중심 체계를 흔들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중국은 앞으로 미국 달러화 의존도를 낮춰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속해서 달러 자산을 매입해야 하는 함정에 빠져있었으나 위안화가 국제 준비통화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면 달러화나 달러 자산의 비중을 줄여나갈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 위안화 자산 수요 늘겠지만 내부 개혁과제 첩첩산중
위안화의 SDR 편입은 각국이 위안화 자산을 늘리는 계기로 작용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SDR 바스켓에 편입되면서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국부펀드가 위안화 자산을 확대하고 더 나아가 개인자산 관리 부문도 위안화 자산비율을 늘리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딩솽(丁爽) 스탠다드차타드 중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SDR 편입은 각국 중앙은행과 투자기관이 위안화 자산에 대한 관심을 높임으로써 앞으로 5년내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액중 위안화 비율이 1%에서 5%까지 높아져 엔화, 파운드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으로 3천억 달러 규모의 자본이 순유입되면서 중국의 대외적 경쟁력이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위안화의 SDR 편입이 완료되더라도 중국은 더 많은 숙제를 안을 수 밖에 없다.

국제 준비통화로서 책임에 맞게 중국은 금융시장의 문호를 더욱 확대해야 하는 개혁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환율 관리에 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감시 체제에 들어가 인위적인 환율 조작을 견제하려는 상황에서 성장둔화를 겪고 있는 중국 경제엔 위안화 절하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8월 환율 개혁 이후 달러대비 9% 가량 절하된 상태다.

여기에 절하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위안화 수요는 물론 글로벌 결제시장 비중, 역외 위안화 예금도 급감했다.

그렇다고 중국 지도부가 G20 정상회의를 비롯한 여러 국제회의에서 통화 절하 경쟁을 배척해왔던 만큼 위안화 절하를 지속하기도 어렵다는 딜레마에 쌓여있다.

당장은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가 2009년 4분기 36억 위안에서 2015년 3분기 2조890억 위안으로 지속 증가하다가 올해 들어 감소세라는 점이 중국에는 좋지 않은 신호다.

중국의 수출입 총액 대비 무역결제 비중도 같은 기간 0.08%에서 32.2%로 급증했으나, 올해 2분기에는 21.8%로 3분기 연속 줄어들고 있다.

국제 무역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달러화, 유로화 등 주요 통화에 비해 턱없이 낮은 상황에서 강한 위안화를 내세워 국제화로 향하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취약한 자본시장과 대외 개방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중국의 자본 개방도는 68%로 미국(294.0%)이나 일본(282.0%), 한국(123.9%) 등과 비교해 미약한 수준이다.

인젠펑(殷劍鋒) 중국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부소장은 "위안화 국제화로 가는 길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금융시스템이 여전히 낙후돼 있고 금융시장도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에게 안정적 수익을 제공할 위안화 금융상품이 마땅치 않다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