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한국, 재분배보다는 뒤처지는 집단 없게해야"
"한국 저성장 적응해야…저성장 고령화는 고도성장의 결과물"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의 저자인 앵거스 디턴(Angus Deaton)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한국의 불평등 문제에 대해 "한국의 데이터를 보면 세계 다른 국가와 비교해 불평등 지표가 부정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불평등 정도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특별히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다.

디턴 교수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으로 연 '2016 KSP 성과 공유세미나' 참석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 불균형은 분배지표보다는 질적 문제나 공정성 때문이라는 재질문에 대해 그는 "한국을 오랜 시간 연구하지 않아 정확하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한국 젊은이는 부모 세대가 누린 기회를 충분하게 누리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디턴 교수는 "이런 문제는 재분배로 해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국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도 불평등 해소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자신의 몫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뒤처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의 불평등 문제는 분배의 문제가 아닌 공정성과 기회의 문제라고 본 것이다.

그는 또 한국에서 논쟁이 되는 '성장과 분배' 이슈에 대해서는 "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분배라는 용어보다는 뒤처지는 집단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젊은 세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 성장에 참여하고 촉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턴 교수는 또 "노력이나 혁신으로 인해 생기는 불평등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대부분 긍정적인 불평등"이라며 "지대추구나 정실(crony)자본주의처럼 다른 사람이 부를 축적하지 못하게 하면서 내가 부를 축적하거나 정부에 특권을 받는 식의 불평등은 부정적이고 성장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불평등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디턴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어느 정도의 불균형은 성장에 동력이 될 수 있지만, 너무 큰 불균형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한국의 저성장 고령화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의 저성장 고령화는 오랫동안 고도성장해서 생긴 결과물"이라며 "한국과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면 기뻐할 국가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나 중국처럼 오랫동안 고도성장한 나라는 없었고 이제 저성장에 적응해야 한다"며 "전 세계 상황을 보면 살기 어렵다고 하지만 동시에 어느 때보다 살기 좋은 시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한국의 성장에 대해서는 한국의 제도 변화 등 경제 정책이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개방 의지를 갖고 개혁을 했으며 당시에는 논란이 있었겠지만 돌아보면 제대로 된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며 "이런 모습이 다른 개발도상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이 새로운 시장 접근 목적에만 맞춰져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돈이나 물적 재원이 빈곤국가에 들어가면 지원국의 이해에 맞춰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재정 흐름이 신식민주의를 발생시킬 수 있어 수혜국에 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 돈은 부패될 수 있지만, 지식은 본인이 이해해서 사용할 수 있어 물적 지원보다는 지식을 지원하는 것이 더 낫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