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구조조정분과 회의…30일 산업경쟁력 강화방안 발표
철강 "후판·강관 설비 감축"…유화 "TPA 등 사업재편"

공급과잉 업종으로 지목된 철강과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정부의 산업경쟁력 방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철강의 경우 고로는 경쟁력이 있지만 후판, 강관 등 공급과잉이 심각한 품목에 대해서는 설비 조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석유화학도 테레프탈산(TPA), 폴리스티렌(PS) 등 공급과잉품목 중심으로 시급히 사업재편이 필요하다는 안이 제시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계부처는 28일 주형환 장관 주재로 '제3차 산업구조조정분과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철강·석유화학 사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산업구조조정분과회의는 지난 6월 신설된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의 한 분과다.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휘하며, 산업부 장관이 분과장인 산업구조조정 분과는 기업 사업재편 지원, 중장기 산업경쟁력 제고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철강, 석유화학 업계는 그간 외국계 컨설팅회사에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보고서 용역을 의뢰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분야별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해 왔으며 3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관련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주형환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구조조정도 개별기업의 재무 상황만 볼 게 아니라 해당 산업의 큰 방향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며 "이번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은 업종별로 산업의 밑그림을 제시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 철강…"고로는 경쟁력 있지만 후판·강관 공급과잉 심각"
현재 철강산업은 글로벌 공급과잉, 각국의 수입규제 확대 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 규모는 7억5천만t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와중에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등 철강 강국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주형환 장관은 "우리도 선제적 설비 조정과 감축이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실시된 컨설팅에서는 제철설비의 경우 고로는 세계 최대규모, 최신설비 등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전기로는 고급 철스크랩(고철) 공급 부족 등으로 중소제강사의 경쟁력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품목별로는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이나 건설용 철강재로 쓰이는 후판은 조선업계의 '수주 절벽'으로 심각한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관도 저유가에 따른 자원개발 침체로 역시 공급과잉이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냉연·도금 등 판재류는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수출 전선에 차질이 예상됐고, 철근·형강 등 내수 품목은 증가하는 수입산이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국내 철강산업이 범용 철강재 위주에서 고부가 철강, 경량 소재 시장의 강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하기로 했다.

주 장관은 "친환경·정보기술(IT)화를 통한 설비 경쟁력 강화, 경쟁열위·공급과잉 품목에 대한 사업재편을 유도할 계획"이라며 "고부가 철강재 조기 개발을 비롯해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면서 부적합 철강재가 유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고로는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에 대응해 친환경 설비로 전환하고, 노후 설비 위주로 15%가량 감축한 전기로는 IT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안이 제시됐다.

판재류는 경쟁이 치열한 범용제품보다는 고부가 강판, 경량 소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안도 포함됐다.

이를 위해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 첨단 설비 구축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주 장관은 "후판은 기존 생산중단에 더해 설비 감축·매각 등 선제적인 설비 조정이 필요하다"며 "강관은 경쟁력 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보유한 설비의 통폐합을 유도하면서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해 나가야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철근, 형강 등 내수 품목은 불량·위조 수입재 유통 방지 등 시장 관리에 역점을 둬 나갈 방침이다.

◇ 석유화학…"고유가 닥치면 경쟁력 악화 우려, TPA 등 빨리 설비 조정해야"
석유화학산업은 최근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고유가 상황이 닥칠 경우 원가경쟁력이 약화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대 시장인 중국은 정책적으로 자국산의 비중을 높이고 있고 선진국은 부가가치 높은 분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주 장관은 "현재의 호황에 안주하지 말고 지금이야말로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때"라고 밝혔다.

정부의 경쟁력 강화방안은 공급과잉 품목의 사업재편, 첨단정밀화학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 기술 확보, 기초원료설비(NCC)의 글로벌 경쟁력 유지 등으로 요약된다.

컨설팅 보고서는 페트병의 원료인 TPA와 장난감용 저가 플라스틱 소재인 PS는 단기간 내에 설비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타이어 원료인 합성고무(BR, SBR), 각종 파이프용 소재인 PVC(폴리염화비닐)는 추가 증설 없이 고부가 품목으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 장관은 "NCC의 경우 배관망 확충 등을 통해 추가로 효율을 높여야 한다"며 "업계가 가진 세계 최고수준의 설비운영기술과 노하우를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소재, 정밀화학, 친환경 등 3대 핵심소재 개발을 집중 지원하고 대산과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생산·연구 클러스터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철강과 마찬가지로 석유화학도 범용제품에 편중된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첨단화학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게끔 발판을 마련할 방침이다.

주 장관은 "공급과잉으로 진단된 분야는 기업의 사업재편과 기업활력법 지원을 통해 과잉 설비를 해소해 나갈 것"이라며 "미래 고부가가치 분야에 대해서는 R&D, 인력양성, 금융·세제 지원 등을 통해 신속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화케미칼과 유니드는 기업활력법을 통해 가성소다 제조공장 매각과 관련한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이 울산 가성소다 제조공장을 유니드에 매각하고 유니드는 이를 가성칼륨 공장으로 개조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가성소다의 공급과잉 생산량 20만t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조선 산업은 컨설팅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이번 강화방안에서는 빠졌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