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동빈(61) 회장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거취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경영권 회복을 시도해온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국면 전환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검찰은 신동빈 회장에 대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신동주 전 부회장에 대해선 횡령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 입장을 밝힌 상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그동안 경영권 회복 시도가 번번이 좌절됐지만 신동빈 회장의 구속영장 집행 여부에 따라 다시 한번 기회를 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끄는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신 전 부회장의 롯데 경영 복귀 가능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검찰이 신 전 부회장에 대해 불구속 기소 등을 확정하고 나면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은 구속영장이 집행될 경우 한국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최고경영자(CEO)가 구속되면 곧바로 대표이사직에서 자진 사퇴하거나 이사회 결정으로 해임하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현재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부친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롯데캐피탈 사장 등을 포함해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1월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된 이후 세 차례의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동생 신동빈 회장에게 번번이 패했지만 신 회장이 구속돼 이사직에서 물러난다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신동빈 전 부회장은 자신이 과반 지분을 가진 홀딩스 최대 주주 광윤사(光潤社, 28.1%) 지분을 바탕으로 종업원지주회와 임원 지주회 등을 설득해 홀딩스 이사직을 되찾고 경영권을 회복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의결권을 가진 쓰쿠다와 고바야시 사장은 어떤 선택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쓰쿠다와 고바야시 사장이 신동빈 회장과 커뮤니케이션(소통)이 되지 않은 지 꽤 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홀딩스 핵심 인사이자 신동빈 회장의 우군으로 알려진 쓰쿠다 및 고바야시 사장이 신 회장에게서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후 신동빈 회장이 구속되지 않거나, 구속됐음에도 당장 이사직에서 물러나지 않더라도 경영자로서의 도덕성을 언급하며 공격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신동주 전 부회장 본인도 400억원의 급여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500억원대 횡령, 1천250억원대 배임 등 혐의를 적용받아 구속 가능성이 있는 신동빈 회장보다는 운신의 폭이 넓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출국 금지 조치로 국내에 머무는 신동주 전 부회장은 변호인단 등과 매일 회의를 열며 향후 대응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 측 주장에 대해 "홀딩스 경영진의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확고하다"며 "그룹 전체가 초유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느냐에 롯데의 미래가 달린 상황에서 적절치 않은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