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금리고정 후 변동 전환…정부 '고정금리 실적' 인정에 폭증

정부가 가계부채 질을 높이고자 고정금리대출 확대를 유도했지만 3∼5년 뒤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대출을 실적에 포함해 착시현상을 유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게 제출한 '은행별 주택담보대출 금리유형 현황' 자료를 보면 6월 말 현재 16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419조4천억원(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제외) 중 혼합형 대출 비중이 36.6%(132조4천억원)로 집계됐다.

변동금리 대출이 63.4%(266조원)로 과반을 차지했으며, 순수 고정금리 대출은 5.0%(21조원)에 불과했다.

앞서 정부는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고자 2011년부터 은행들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도록 유도해왔다.

2010년 말까지만 해도 전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이 99.5%에 달해 시중금리가 높아지면 대출자의 재무 위험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은행들이 만기가 10∼30년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을 갑자기 고정금리로 빌려주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보고 대출 후 3∼5년만 고정금리를 유지하고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대출을 고정금리 실적으로 인정해줬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순수 고정금리 대출을 거의 늘리지 않는 대신 혼합형 대출만 늘렸던 셈이다.

정부 정책만 믿고 혼합형으로 대출한 사람들은 최근 3∼5년간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중금리 하락의 혜택은 제대로 누리지도 못한 채 막상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자 금리 변동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게 됐다.

특히 대출을 받은 지 1∼2년밖에 안 된 대출자들은 대출 기간에 따라 적지 않은 중도상환수수료를 물어야 해 싼 금리 대출로의 전환도 쉽지 않다.

박 의원은 "금융위가 가계부채 질을 개선했다고 실적을 자랑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취약성은 오히려 확대한 측면이 있다"며 "실질적인 개선은 없이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가계부채의 질과 규모를 모두 악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