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개설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중도 해지로 빠져나간 돈이 지난 7월까지 1천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ISA 가입자 및 투자금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7월 말까지 은행에 ISA 계좌를 개설했다가 해지한 고객은 7만5천명, 반환된 투자금은 1천17억원에 달했다.

해지 고객을 반영하지 않은 은행권 ISA 누적 가입 고객은 222만6천명, 가입금액은 1조9천743억원이었다.

월별 신규 가입금액은 7월 들어 확연히 꺾였지만 해지 금액은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신규 가입액은 ISA가 출시된 첫 달인 3월 3천770억원에서 4월 4천946억원, 5월 4천518억원, 6월 4천567억원으로 일정 수준 유지되다가 7월에는 1천942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반면에 해지 금액은 3월 30억원에서 4월 97억원, 5월 153억원, 6월 319억원, 7월 418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은행의 ISA 계좌에서 이탈하는 투자금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은 애초 기대했던 것에 비해 수익률이 시원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출시 3개월이 지난 국민·기업·신한·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일임형 ISA 수익률을 보면 전체 34개 모델 포트폴리오(MP) 중 12개 MP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왔다.

수익률은 수수료를 공제하고 투자자에게 온전히 돌아가게 되는 수익금 비율을 말한다.

국민은행은 10개 MP 중 고위험 2개, 중위험 2개 등 4개 MP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이 났다.

신한은행은 7개 중 4개, 기업은행은 7개 중 3개, 우리은행은 10개 중 1개의 MP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국민과 신한, 기업은행은 수익률이 1%를 넘는 MP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우리은행도 최고 수익률은 적극투자형 MP의 1.38%에 불과했다.

은행은 ISA 출시 후 뒤늦게 일임형 상품 취급 인가를 받아 운용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는 MP 운용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리밸런싱(자산재조정)하면서 손실을 줄이고 새로운 수익원을 찾지만 은행은 상대적으로 대처가 느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서민재산 증식에 도움을 주겠다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약속과는 달리 ISA는 적금보다도 못한 초라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계속된 실책으로 국민의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황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