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시멘트·성신양회 등 내륙사 철도 운송 비중 60%선
아파트 등 건설현장 파업 길어질까 노심초사
전자·자동차·철강·화력발전 아직 영향 없어…화물연대 파업하면 큰 차질

27일 철도 파업이 현실화하면서 철도 운송 비중이 높은 시멘트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자, 자동차, 철강 등 다른 업종은 육로 운송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아직 별다른 영향을 받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화물연대까지 파업에 들어갈 경우에는 전체 산업계에 심각한 물류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화물연대도 지난 24일 총파업을 결의해놓은 상태다.

시멘트 업계의 경우 파업이 사전 예고된 까닭에 최대한의 재고 물량을 확보해둬 당장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진 않지만 파업이 장기화해 운송이 중단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멘트 공장이 내륙에 있는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 아세아, 현대시멘트 등의 경우 철도 운송 비중이 높아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코레일 등에 따르면 화물열차 운행 횟수는 파업 첫날인 27일 기존 250회의 30% 수준인 76회로 축소됐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내륙사들은 보통 시멘트의 철도 운송 비중이 약 60%를 차지한다"며 "일단 파업에 대비해 재고를 준비해뒀지만 시멘트를 보관하는 사이로의 저장량에 한계가 있어 3∼4일 후면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들어 아파트 공급이 대거 이뤄진데다 공사하기 좋은 성수기에 접어든 상황이어서 파업이 길어질 경우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오늘은 비가 내려 시멘트 공정을 하지 못해 다행인 셈"이라며 "아파트 현장마다 시멘트 수요가 많을 때라 파업이 일주일 이상 길어지면 공급 중단 사태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공장이 연안에 위치한 쌍용양회나 삼표 등은 선박 운송이 많아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연안사 가운데 한 담당자는 "평소 철도 운송 비율이 28% 정도로 높지 않지만 철도 파업이 길어질 경우 철도 운송을 시멘트 전용트럭(BCT)을 이용한 육송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어느 쪽이든 파업이 일주일 이상 지속할 경우 공급 차질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당장 공사에는 문제 없지만 시멘트 물량이 제때 확보되지 못하면 대체 공정을 먼저 시작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며 "공사 성수기에 피해가 되지 않도록 파업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으로 수출 제품 운송에 일부 차질을 빚은 바 있는 전자업계는 철도 파업으로 당장 영향을 받지는 않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철도운송 비중이 10% 미만이고, 일부 철도운송 차질이 발생할 경우 트럭운송으로 대체하면 되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철도 운송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철광석과 석탄을 배에 실어 수입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철로가 아닌 자체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해 원료를 곧바로 항구 인근 제철소로 옮기기 때문에 철도 수송 비중은 거의 없다.

제철소에서 만든 철강제품을 옮길 때도 대부분 화물차나 배를 이용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도 대부분 유연탄을 수입한 뒤 자체 접안 시설을 활용해 옮기기 때문에 철도를 이용하지 않는다.

다만 서천화력 등 일부 오래된 무연탄화력발전소는 철도로 무연탄을 옮기고 있지만 비축분이 20일가량되기 때문에 당장 전력 생산에는 차질이 생기지 않을 전망이다.

정유업계에서는 제품 운송 수단 중 철도의 비중은 미미하기 때문에 철도 파업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일부 제품을 철도로 운송하긴 하지만 3%도 안되는 미약한 수준"이라며 "경북·강원 지역에 철도로 운송하긴 하지만 탱크로리 등으로 대체 가능하고 강원에는 물류센터도 있어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옥철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