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뒤 해외에서 열리는 학술행사에 기업이 연구 참여 교수를 대동해 신제품을 발표해도 될까. 의료법에 근거가 있는 제약업계는 항공료 등 교통·숙박 편의를 제공할 수 있지만 다른 업계는 불가능하다.
적법과 위법 사이 '교수 사외이사' 어쩌나
김영란법 시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업의 혼선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이 알아야 할 김영란법 상담사례집》을 지난 27일 발간했다. 사례집은 대한상의가 지난 8월부터 6대 로펌(광장·김앤장·세종·율촌·태평양·화우)과 함께 운영 중인 ‘김영란법 상담센터’에 들어온 기업들의 질문과 답을 정리한 것이다.

대한상의는 같은 행위일지라도 사안에 따라 법 적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예를 들어 사립대 평교수에게 강연료로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은 괜찮지만 국립대 평교수(공무원)에게 50만원을 주는 것은 안 된다. 김영란법이 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 등’ 중에서도 △공무원(20만~50만원) △공공기관 임직원(20만~40만원) △사립학교·언론사 임직원(100만원 이하) 등으로 강연료 상한선을 다르게 책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기업이 공직자 등에게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 넘는 금품 등을 주면 불법이다. 특히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대가성이 없더라도 액수에 관계없이 법 위반이다.

이 원칙의 예외가 이른바 ‘3·5·10’이다.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부조 목적의 음식물(3만원)·선물(5만원)·경조사비(10만원)는 합법이다. 1년 동안 3만원짜리 밥을 100번 넘게 사서 300만원을 초과했다면 일견 합법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원활한 직무수행’의 범위를 넘어 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한상의의 설명이다.

기업이 신제품 설명회를 열고 참석자에게 선물을 돌리는 경우 참석자 중에 공직자 등이 포함돼 있다면 불법이 된다. 선물이 법 시행령상 상한선인 5만원 이하이더라도 ‘직무 관련성’ 요건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공무원 등과 두 번 식사를 하면서 매번 3만원씩 더치페이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6만원 넘는 식사를 두 번 하면서 한 사람씩 번갈아 내는 것은 위법이다.

세무 공무원에게 사교 목적으로 2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괜찮지만 세무조사를 나온 공무원에게 2만원짜리 식사를 제공해선 안 된다. 대한상의는 아직도 국민권익위원회조차 유권해석을 미루거나 아예 판례에 맡기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권익위의 조속한 유권해석과 사법부의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촉구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