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 2위 TV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TV를 통해 콘텐츠를 팔아 연간 수백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세계에 1억대 넘게 깔린 스마트TV로 소비자가 콘텐츠를 구매하면 그 수익의 일부가 삼성과 LG로 돌아오는 구조다. 애플이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에서 구현되는 소프트웨어 장터인 앱스토어를 통해 천문학적 이익을 올리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스마트TV가 미국 중심의 초기 시장임을 감안할 때 TV를 통한 콘텐츠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엄청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TV를 통한 콘텐츠 판매 급증

스마트TV 콘텐츠 팔릴 때마다 '돈'이 꽂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스마트TV 콘텐츠로만 각각 최소 300억원과 1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이나 LG의 스마트TV를 쓰는 소비자가 TV를 통해 넷플릭스(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의 콘텐츠를 사면 소비자가 낸 돈의 일부를 넷플릭스가 삼성과 LG에 수수료로 주는 구조다. 수수료율은 보통 1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앱(응용프로그램)을 TV 화면의 좋은 위치에 배치하거나 리모컨에 넷플릭스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버튼을 만들면 수수료율은 더 올라간다. 수수료율을 단순히 10%로 가정하면 소비자가 스마트TV로 구매하는 동영상, 게임 등의 콘텐츠 가격이 4000억원 이상이라는 얘기다.

스마트TV 콘텐츠 팔릴 때마다 '돈'이 꽂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약 3년 전부터 스마트TV를 본격적으로 시장에 내놨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모습을 보고 결정한 전략이다. 스마트폰은 화면이 작아 음악 감상, 짧은 영상 재생, 단순한 게임 등을 하기에 적합하다. 이에 비해 TV는 긴 드라마나 영화, 그래픽이 화려한 게임을 하기에 좋다. 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고화질의 드라마나 게임도 스마트TV로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두 회사는 세계 TV 시장 1, 2위로, 스마트TV를 활용한 콘텐츠 사업을 하기에 가장 유리하다. 세계 시장에 깔린 두 회사의 스마트TV는 각각 6500만대와 3500만대 수준이다. 세계 3위인 중국의 하이센스가 누적 판매한 스마트TV는 1700만대 수준으로 삼성, LG와는 격차가 크다. 두 회사는 전체 TV의 절반 정도를 스마트TV로 판매하고 있다. 연간 TV 생산량은 각각 약 5000만대, 3000만대 정도다. 즉 매년 4000만대의 한국 브랜드 스마트TV가 추가로 시장에 깔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성장 잠재력 ‘무궁무진’

그간 시장에서는 한국 TV산업을 ‘위기’로 진단해왔다. TV 시장의 성장세가 예전같지 않은 데다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어서다. 한국은 퀀텀닷, OLED 등 프리미엄 TV 시장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중국에 중저가 시장을 뺏기면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콘텐츠가 새 수익모델이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스마트TV를 통해 소비자가 구매하는 콘텐츠 대부분은 넷플릭스, HBO 등의 드라마다. 시장도 아직은 미국에 국한돼 있다. 앞으로 스마트TV 대수가 계속 늘어나고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도 다양해지면 이익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두 회사는 각종 무료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스마트TV 판매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두 회사는 중국의 추격자들보다 새 콘텐츠를 발굴하기에 훨씬 유리하다. 빅데이터 때문이다. 두 회사는 1억대가 넘는 스마트TV 이용자의 사용습관 등을 실시간으로 집계하고 있다. 빅데이터가 많이 쌓일수록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콘텐츠 제작 업체와의 협상에서도 유리하다. 업자들이 시장에 스마트TV를 많이 깔아놓은 삼성, LG에 자사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스마트TV가 현재 케이블TV 시장과 게임 시장을 집어삼키는 ‘파괴적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MP3플레이어 등이 시장에서 사라진 것과 같은 논리다. 전자업계 고위관계자는 “미국에서는 넷플릭스 등에서 콘텐츠를 사는 소비자가 케이블TV를 끊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며 “스마트TV로 클라우드에서 직접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콘솔 게임기 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