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서민·취약계층을 위해 빚 경감 대책을 또 내놨다. 지난해 6월, 올해 1월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와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조정(연체 채무자의 원금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을 받은 서민·취약계층의 빚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게 골자다.

대책을 두고선 의견이 엇갈린다. 빚을 갚지 못해 벼랑 끝으로 몰린 서민·취약계층 구제를 위해 필요하다는 시각과 무분별한 빚 탕감이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가 맞서고 있다.
2년 새 세 번이나 채무자 빚 줄여주겠다는 정부
◆2년 새 세 번 나온 빚 탕감 대책

이번 지원 대상은 신복위와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조정을 받은 개인채무자 중 서민·취약계층이다. 채무조정 후 약정액을 성실히 갚고 있는 채무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했다. 약정액의 75% 이상을 갚은 뒤 질병 등으로 추가 상환이 어려우면 남은 빚을 모두 탕감해주기로 했다.

또 성실 상환자에겐 소액 신용카드 한도액을 현행 월 50만원에서 월 100만원으로 늘려주기로 했다.

상환 능력이 없는 채무자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국민행복기금과 채무조정 약정을 맺은 채무자 중 15년 이상 연체 중인 일반 채무자의 원금 감면율을 현행 30~60%에서 최대 90%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기초수급자, 중증장애인에게만 90% 감면 혜택을 줬다. 금융위는 “감면 혜택을 보려면 소득정보 활용에 동의해야 한다”며 “빚 탕감이 아니라 장기연체자에게서 일부라도 상환받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채무를 연체 중인 기초수급자, 중증장애인도 휴대폰을 할부 구입할 수 있게 SGI서울보증을 통해 보증서를 발급해줄 계획이다.

금융위는 무분별한 채권 추심을 막는 방안도 마련했다. 대부업체가 은행 등에서 소멸시효(일반채권 10년, 상거래채권 5년)가 지난 채권을 사들여 가혹하게 추심하는 걸 전면 금지할 방침이다. 대부업체에 추심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 대부업체가 150만원 소액채무자를 대상으로 TV 가전제품 등을 압류하는 걸 제한하고, 채무독촉 행위를 하루 2회로 제한하는 내용 등이다.

◆커지는 모럴해저드 확산 우려

금융위가 이번 대책을 내놓은 건 빚 부담이 큰 서민·취약계층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현재 신복위와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조정을 받고 있는 사람은 183만명가량이다.

채무조정을 신청하지 않은 취약계층을 포함하면 200만명이 넘을 것이란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소액의 빚도 못 갚는 취약계층 문제가 더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의 빚 탕감 대책에 대한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당장 취약계층이 아닌 일반 채무자에게도 원금의 90%를 탕감해주는 것과 관련해 도덕적 해이가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는 국세청 국민연금 등의 소득 정보를 분석해 ‘정말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채무자’에 한해서만 탕감 혜택을 준다고 하지만, 소득 정보를 감추거나 일부러 소득을 줄이는 채무자를 가려내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이태명/김일규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