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U+ 부회장 "IoT사업 키우고 케이블TV 인수 나서겠다"
“글로벌 1등을 하고 싶다.”

취임 10개월을 맞은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사진)이 해외 사업 확대와 인수합병(M&A) 추진을 통한 공격 경영 방침을 밝혔다. 국내 만년 3위 통신사라는 꼬리표를 떼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세계 1등 사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권 부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신용산 LG유플러스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거 10년간 (LG디스플레이, LG화학에서) 조직원들과 글로벌 1등만 해왔기 때문에 1등 DNA와 열정은 그 누구보다 강하다”며 “그룹 안팎에서 우수 인재를 끌어모아 1등 사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1등 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외 통신사와의 끈끈한 파트너십을 꼽았다. 그는 “최근 해외를 돌며 통신 관련 사업자를 만나보니 서로 시너지를 낼 분야가 많았다”며 “중국, 일본, 미국 이렇게 3개국에선 각각 한 곳의 통신사와 형제 같은 협력 관계를 맺고 사업 발굴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 LG전자·디스플레이에서 중국·일본 업무 경험이 많은 임원을 영입해 중국사업팀, 일본사업팀, M&A추진팀 등 3개 사업팀을 신설했다.

업계에선 LG유플러스의 사물인터넷(IoT)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국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홈IoT는 이달 현재 43만가구가 가입했다. 권 부회장은 “일본만 보더라도 홈IoT 사업이 한국보다 더디다. 충분히 해외 사업 가능성이 있다”며 “홈IoT보다 더 유망한 산업IoT도 LG전자·디스플레이 등 그룹사 적용을 시작으로 해외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4세대 이동통신(LTE)망 조기 구축 경험을 토대로 개발도상국 등에 LTE망을 깔아주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사업 준비를 위해 미국, 이스라엘 등 해외 벤처 두 곳에 대한 지분 투자도 확정했다. 권 부회장은 “올해 안에 해외 사업 분야에서 큰 계약이 하나, 내년 상반기 중에도 한두 개 정도 더 나올 것”이라고 했다.

유료방송사업 강화를 위해 케이블TV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인수를 검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권 부회장은 “통합방송법이 제정돼 국회 심의를 거치고 있다”며 “통합방송법이 인터넷TV(IPTV) 사업자가 MSO를 인수할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면 M&A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이 취임 이후 케이블TV 인수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료방송 시장에선 LG유플러스의 유력한 인수 대상으로 케이블업계 5위인 현대백화점 계열의 HCN을 꼽고 있다.

권 부회장은 간담회 내내 ‘신중’ ‘검증’이라는 말을 반복해 사용했다. 그는 “통신업계가 고쳐야 할 관행은 ‘내가 최고다, 내가 제일 빠르다’ 등 자기자랑”이라며 “국민들이 몇만원씩 모아준 통신비를 몇십억원씩 CF 모델에게 주는 건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사들이) 돈이 남으니까 철저하게 검증 안하고 막 써 실패가 많은 것 같다”며 “LG유플러스는 신중하고 철저하게 준비해 신규 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개정과 관련, 보조금 상한제 폐지 움직임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권 부회장은 “시장에 돈을 뿌려 가입자를 뺏는 제도는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자신의 강점으로 꼽히는 해외사업·M&A 노하우를 두 축으로 LG유플러스에 1등 DNA를 이식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며 “그동안 준비했던 해외사업 성과와 신규 사업 윤곽이 올 연말 이후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