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중 언론 인터뷰…탈퇴에 느긋한 총리 측은 바로 반박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하고도 공식 절차를 밟지 않고 있는 가운데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탈퇴 협상을 내년 초 시작해 2년 안에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EU 탈퇴 협상에 느긋한 태도를 보여온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측은 바로 "총리가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존슨 장관은 22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가 내년 초 EU 탈퇴 협상의 공식 개시를 뜻하는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국 정부는 내년 초에는 리스본 50조를 알릴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유럽의 친구들, 파트너들과 대화하고 있다"며 "그때 우리가 이(협상)를 어떻게 진행시키기를 원하는지 기준을 세워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리스본 조약 50조가 발동되면 2년 이내에 협상을 완료해야 하지만, 존슨 장관은 협상 기간이 2년이 채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가 실제로 2년을 꽉 채울 필요는 없을 거라고 본다"며 "어떻게 되는지 한번 지켜보자"고 말했다.

존슨 장관은 탈퇴 협상에 관해 상세히 설명하지는 않았으나 "영국과 EU의 친구들은 더 큰 자유무역을 누리게 될 것이다.

영국은 독일 자동차와 이탈리아 와인을 유럽 어느 나라보다도 많이 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영국 총리실은 탈퇴 협상에 돌입하는 시기는 전적으로 총리가 결정할 일이라고 반박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총리실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리스본조약 50조 발동은 전적으로 메이 총리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메이 총리는 영국에 최고의 이익을 줄 수 있을 때 협상을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가 내년 초반에 리스본 50조를 발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미 EU 내에서도 우세하지만, 메이 총리가 그동안 협상 개시 시점에 말을 아끼며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것과 달리 존슨 장관이 공개적 발언을 한 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메이 총리는 이날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브렉시트 계획이나 협상시기를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 총리는 애초에 유럽통합 회의론자이지만 내무장관 재임기에 치러진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는 잔류파에 섰다.

반대로 존슨 장관은 당시 탈퇴파를 이끈 대표적 인사로, 메이 총리가 그를 외무장관에 임명한 것은 국민투표 기간 쪼개진 보수당 및 영국을 통합하려는 의지로 해석돼 왔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