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 철폐' 보다 '성과연봉제 반대' 내세워
참여율 예년보다 소폭 상승

금융팀 = 국내 금융권에서 세 번째로 대대적인 총파업이 벌어짐에 따라 그 규모와 파장이 이전과 어떤 차이를 보일지 시선이 집중된다.

시중은행이 금융노조 차원에서 총파업에 나선 것은 2000년과 2014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 각 부문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대표적인 화이트칼라 직종인 은행권에서도 파업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1998년 1차 금융구조조정 당시 9개 은행 노조원들이 대량 감원계획을 백지화하라며 파업 일보 직전까지 갔으나 막판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후에도 몇 차례의 파업 위기가 간헐적으로 이어지다가 2000년 최초의 은행권 대규모 파업이 현실화했다.

당시 금융노조는 정부 주도의 인위적 합병에 반대하며 24개 사업장, 6만5천여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7월 11일 개시했다.

정부의 금융지주회사제 도입을 도화선으로 투쟁에 나섰던 금융노조는 구조적인 관치금융 철폐를 최우선 목표로,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사항으로 각각 내걸고 사상 초유의 은행 파업에 나섰다.

이 파업은 같은 날 밤 정부와 금융노조의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하루 만에 막을 내렸다.

금융노조는 2012년에도 91.3%의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했으나 실제로 파업을 하지는 않았다.

두 번째 파업은 2014년에 벌어졌다.

당시에도 금융노조는 관치금융 철폐 및 낙하산 인사 저지, 금융산업 재편 등 구조조정 분쇄, 정부의 노사관계 개입 분쇄 및 복지축소 저지,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9월 3일 하루 총파업에 나섰다.

금융노조는 같은 해 9월 30일 2차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다시 2년 만에 벌어진 이번 은행의 총파업에서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와 관치금융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두 번의 파업에서 늘 주장하던 관치금융 철폐보다는 성과연봉제 반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정부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성과연봉제가 이른바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으며, 도입 준비 기간이 짧아 제대로 된 성과 지표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다.

이런 상태에서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면 직원 간 판매 경쟁이 붙어 대출의 질이 떨어지고, 불완전 판매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선 현장에서 뛰는 은행원들 각자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슈여서 관심이 컸다.

지난 7월 진행된 금융노조의 총파업 찬반투표는 투표율 87.0%, 찬성률 95.7%로 가결됐다.

2014년 금융노조의 총파업 투표에서 조합원 86%가 투표에 참여해 90%가 찬성한 것보다 투표율과 찬성률 모두 높았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00년 총파업 당시 찬성률이 90% 안팎으로 알려졌던 것보다도 높다.

파업 참여율도 예년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첫 파업 당시 참여한 직원은 금융노조 조합원 대비 18.6%, 전체 은행원 대비 13.5%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파업에서는 금융노조 추산으로 약 4만여명, 경찰 추산으로는 1만여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당시 금융당국이 파악하기로는 18개 은행을 비롯해 금융공기업, 중앙회 등 27개 금융 관련 기관의 파업 참가율은 10% 수준이었다.

이번 파업에서는 오전 기준으로 노조 추산으로 5만∼6만명, 금감원과 고용노동부 추산으로는 1만8천∼1만9천명이 참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 은행권 직원 대비 참가율은 약 15% 수준으로 파악된다.

과거보다는 파업에 대한 높은 호응이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파업의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과거와 비슷하다.

앞선 두 번의 파업에서도 실제 국민들의 금융거래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고, 이번 파업에서도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은행 점포가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와 관치금융을 막기 위해 2차, 3차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전 두 번의 파업은 모두 단발성으로 끝났다.

과거와 달리 금융노조가 2차 파업에 나설 동력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는 이날 파업의 결과를 둔 전반적 평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