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동결] 석달 시간 번 한국은행, 기준금리 내릴까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동결하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방향이 주목받고 있다. 시장은 연내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추가 인하 기대가 완전히 사그라지지는 않았다.

한은은 22일 오전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어 미국 통화정책에 따른 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동결한 직후 외환·주식시장이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6원80전 급락(원화가치 급등)한 달러당 1103원30전으로 마감했다.

한은이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낮춘 뒤 시장에서는 추가 인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자 이 같은 관측은 힘을 잃었다. 미국 금리가 오르는데 국내 금리를 내리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재닛 옐런 Fed 의장이 고용시장 여건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만큼 오는 12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한은으로선 미국 금리 인상까지 석 달쯤 시간을 벌었다. 그런데도 운신의 폭이 좁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이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미리 움직이는 분위기”라며 “국내외 채권금리가 얼마 전부터 반등해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급증세도 금리 인하에는 부담이다. 지난 21일 함준호 금통위원은 한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위험이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했다. 금융통화위원회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색이 짙어진 만큼 전문가들은 금리 동결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와 대신증권 등은 최근 연내 금리 인하에서 동결로 전망을 바꿨다.

남은 변수는 국내 경기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이달 수출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월말 발표될 경제지표까지 부진하면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등 일부 투자은행(IB)도 금리 인하 전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원화 가치는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유럽과 일본이 통화 완화의 한계를 겪으면서 미 달러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