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의 번화가 내셔널 하버에 있는 텐저 아울렛. 쇼핑객들은 전기로 움직이는 12인승 미니버스 ‘올리’를 타고 상점을 오간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탑재한 자율주행 버스 올리에는 운전자를 찾아볼 수 없다. 올리에는 차체를 잇는 너트와 볼트도 찾아볼 수 없다. 차체를 3차원(3D)프린터로 플라스틱 소재 등을 출력해 제작했기 때문이다.
[미래 자동차, 세상을 바꾼다] 3D프린터로 '나만의 자동차' 맞춤 생산
◆3D프린터로 차체 출력

자동차 생산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복잡한 생산 방식에서 클릭과 3D프린팅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과정으로 변화를 시작한 것이다.

올리를 개발한 미국의 로컬모터스는 3D프린터로 차를 생산하는 회사다. 로컬모터스는 오픈소스 방식으로 맞춤형 주문 생산을 한다. 신차를 개발하고 생산설비를 구축한 뒤 대량 생산하는 기존 방식과 전혀 다른 제조법이다.

차량 디자인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모한 뒤 온라인 투표로 선정한다. 디자인 소스가 공개돼 있어 파일을 내려받아 소비자가 스스로 수정할 수도 있다. 3D프린팅은 출력을 위한 파일만 수정하면 되므로 생산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로컬모터스가 3D프린터로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4시간에 불과하다.

주문에 맞춰 제작하기 때문에 재고도 없고 공장이 클 필요도 없다. 로컬모터스가 가동 중인 미국 내 3개 공장의 직원들을 합쳐도 100명이 채 안 된다. 로컬모터스는 소형 공장을 10년 안에 세계 200곳에 세울 계획이다. 한국의 울산과 제주에도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내연기관차보다 구조가 단순한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3D프린터를 이용한 제조방식이 널리 퍼질 것”이라며 “로컬모터스가 생산하는 차량의 가격은 2만5000~3만달러 수준으로 일반적인 완성차 업체들의 차량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알루미늄 품어 감량 추진

자동차 소재도 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연비 규제에 맞추기 위해 차량 무게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차량 무게 10㎏을 줄이면 2.8%의 연비 개선 효과가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 ‘다이어트’를 위해 주목하는 소재는 알루미늄이다. 포드는 2014년 차체 전체에 알루미늄을 적용한 ‘F-150’을 선보였다. F-150은 미국에서 30년 이상 최다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는 모델로, 알루미늄을 적용하면서 기존 모델보다 340㎏ 가벼워졌다. 현대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승용차인 ‘아이오닉’의 후드와 트렁크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해당 부분의 무게는 철강을 쓸 때보다 40% 감축됐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더커 월드와이드는 지난해 평균 48% 수준이던 자동차 후드의 알루미늄 적용 비율이 2025년에는 85%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4~7% 수준인 펜더, 도어, 트렁크, 루프, 차체의 알루미늄 적용률도 10년 뒤에는 18~46%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알루미늄이 철강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알루미늄 가격이 철강보다 네 배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박형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높은 가격 때문에 아우디 A8 등 고급 자동차 위주로 알루미늄 차체를 적용하고 있다”며 “차체용 소재에서 철강재가 차지하는 주도적인 위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고장력 강판 등의 철강을 활용하면 경량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만큼 완성차 업체들은 경제성이 높은 철강재를 더욱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