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검찰 수사 후폭풍'…투자 올스톱
롯데가 작년부터 3000억원을 들여 추진해온 인도네시아 쇼핑몰 인수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베트남 대규모 복합단지 건설도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6월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롯데케미칼이 미국 석유화학 기업인 액시올사 인수를 포기하는 등 롯데의 해외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작년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스나얀시티’를 인수하려 했다. 스나얀시티는 10층 규모의 쇼핑몰과 25층 높이의 호텔, 아파트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복합쇼핑타운이다. 글로벌 명품과 패스트패션인 SPA 브랜드, 유명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어 인도네시아 내 대표적 명소로 꼽힌다.

롯데는 지난해 국민연금과 함께 코파펀드(코퍼레이션 파트너십 펀드)를 설립해 스나얀시티 지분 70%를 확보하기로 하고 가격 협상을 벌여왔다. 인수가는 3000억원대로 정하고 최종 가격을 조율 중이었다.

하지만 검찰이 6월10일 롯데 본사 등을 압수수색한 뒤 양측의 협상은 중단됐다. 검찰 수사가 3개월 이상 계속되자 인도네시아 측에서 “이른 시일 내 최종 결정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협상을 지속하기 힘들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

위기에 처한 해외 사업은 또 있다. 롯데는 2009년 베트남 호찌민의 새로운 중심가로 부상한 뚜띠엠 지역에 대규모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자로 선정됐다. 올해부터 본격 투자를 해야 하지만 검찰 수사 이후 투자 결정이 연기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이른 시일 안에 투자 결정을 하지 않으면 사업자를 바꾸겠다”고 롯데 측을 압박했다. 롯데는 검찰 수사 이후 2조원대인 액시올사 외에 미국과 호주 면세점과 프랑스 및 체코 지역 호텔 인수를 검토하다가 모두 접었다.

해외 사업뿐 아니라 국내 사업도 개점 휴업 상태다. 롯데는 매년 7조원가량을 국내외에 투자했지만 하반기 들어 모든 투자를 중단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정책본부 임원들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부터다.

롯데그룹은 국내 12만명을 포함해 세계에 18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직간접 고용인원을 포함하면 35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모두 검찰 수사의 결말을 주시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의 고용계수(매출 10억원당 고용유발 인원)가 12.6명인 점을 감안하면 롯데그룹 연매출의 100조원 중 1%만 감소해도 12만6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