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물 끌어왔는데 벼값 ↓ "농사지어도 손에 쥐는 돈 없어"

풍년이 예상되면서 인천 벼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강화도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강화군은 지난해 말 한강물까지 끌어와 가뭄을 이겨 냈지만 외려 벼값이 폭락할까 봐 풍년을 걱정하는 처지다.

올해 강화에서 생산된 조생종 벼 가격은 80kg 한 포대당 14만원 선으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떨어졌다.

중만생종 추청벼(80kg) 값은 지난해 15만5천원 선에서 1만5천원 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중만생종 친환경 농사를 짓는 교산2리 김성기 이장은 "인부들 일당이 15만 원이라고 치면 인건비가 쌀 80kg짜리 한 포대 보다 더 비싸다"며 "농사를 지어도 비룟값과 인건비를 다 빼면 손해만 보는데 누가 귀농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적자 규모도 걱정을 보태고 있다.

RPC는 농가에서 생산한 벼를 사들여 건조·저장·가공하는 도정시설로 수확철 물량을 흡수해 정부의 수매 기능을 보완한다.

강화군 농협 통합 미곡종합처리장의 2014∼2016년 예상 누적 적자 규모는 약 43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수매량 2만4천500t 가운데 1천920t(21일 기준) 가량이 아직 재고로 남아있다.

정부가 시장 수급을 조절하고자 매년 일정량의 쌀을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하는 물량 5천여t이 빠지면서 그나마 재고가 줄었다.

그러나 재배면적이 줄었는데도 농가 생산량은 비슷해 올해 벼까지 수매하려면 적자 폭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인천 내 벼 재배면적(1만524㏊)은 2014년 1만1천80㏊보다 556㏊ 줄었지만 쌀 생산량은 5만2천600t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다.

농협 관계자는 "재고도 재고지만 벼를 매입한 가격보다 싸게 팔 수밖에 없다 보니 적자가 점점 쌓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포 포내천의 한강물을 강화도로 끌어오는 용수로 설치 작업이 지난해 말 마무리되면서 올해 강화 벼 생산량은 예년과 비슷하거나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도 가뭄이 들어 강화군 삼산·양사면 등 일부 지역에서 모내기하지 못했지만, 나머지 농지는 풍작이었다.

강화군 관계자는 "국가 쌀 재고량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 재고량보다 2배 넘게 뛴 데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도 30년 전의 절반인 62.9kg으로 크게 줄었다"며 "줄어가는 쌀 수요를 늘리고자 군 차원에서 유통 판로 개척과 품종 개량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cham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