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보고서…"유럽의 지급수단 사회적 비용, GDP의 0.4∼0.8%"

우리나라에서 지급수단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면 신용카드보다 직불카드의 이용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1일 발간한 '주요국의 지급수단 사회적 비용 추정 현황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다른 나라에서 거래 건당 사회적 비용이 높은 것으로 조사된 신용카드 이용 비중이 국내에서는 매우 높지만 직불카드 이용 비중은 낮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사회적 비용 및 손익분기점 추정 결과 등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지급수단 조합을 찾고 편리하고 저렴한 지급수단 이용 촉진 정책을 다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서 사회적 비용은 금융기관, 소매점, 소비자 등 경제 주체들이 지급행위에 사용한 인적·물적 총비용에서 경제 주체 간 오간 수수료를 뺀 개념이다.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이탈리아, 노르웨이, 호주 등 6개국에서 현금, 신용카드, 직불카드 등 지급수단의 연간 사회적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0.42∼0.83% 수준으로 조사됐다.

2009년 기준으로 네덜란드가 0.42%로 가장 낮았고 이탈리아는 0.83%로 높았다.

호주의 경우 2013년 GDP의 0.54%가 지급수단의 사회적 비용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지급수단의 사회적 비용을 직접 추정한 사례가 없다.

그러나 유럽 사례를 고려해 GDP의 0.5% 정도를 적용하면 연간 7조5천억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유럽과 호주에서 거래 건당 사회적 비용을 살펴보면 신용카드가 단연 크다.

현금은 0.26∼0.99유로, 직불카드는 0.32∼0.74유로로 파악됐지만 신용카드는 0.98∼2.85유로에 달했다.

한은은 "신용카드의 건당 사회적 비용이 가장 높은 이유는 카드발급 비용 및 신용리스크 관리비용이 필요할 뿐 아니라 주요국에서 이용 비중이 작아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작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럽과 호주는 사회적 비용이 큰 현금, 신용카드의 이용을 줄이고 비용이 낮은 직불카드의 이용을 촉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네덜란드는 소매점의 직불카드 수수료 부담을 완화했다.

호주, 덴마크는 신용카드 이용의 증가를 억제하려고 신용카드 사용 때 가맹점이 소비자에게 추가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스웨덴은 대중교통에서 현금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직불카드 이용이 크게 늘고 신용카드 증가세는 둔화했다.

노르웨이는 2013년 지급수단에서 직불카드 비중이 51.8%나 됐지만 신용카드는 7.4%에 그쳤다.

호주 역시 직불카드 이용 비중이 27.8%로 신용카드(14.3%)의 2배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급수단에서 신용카드 비중이 39.7%로 가장 크고 체크카드를 포함한 직불카드 비중은 14.1%에 그치고 있다.

김규수 한은 결제연구팀장은 "소액 거래에서 직불카드가 효율적인 지급수단"이라며 "다른 나라 사례에서 볼 때 직불카드 이용 비중을 늘리는 것이 지급수단의 효율성 측면에서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은은 앞으로 국내 지급수단의 사회적 비용을 추정하는 방법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