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에서 시작된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 들어 중국 주요 도시가 부동산 과열 억제책을 내놓았지만 지난달 부동산 가격은 6년 반 만에 최대폭으로 뛰었다. 반면 민간투자는 올 들어 증가세가 급격하게 둔화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대에 머물러 있다. 실물경기 부진 속에 자산 가격만 급등해 중국 정부의 거시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만 '펄펄'…딜레마 빠진 중국 경제
◆백약이 무효…소도시까지 집값 껑충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19일 발표한 ‘주요 70개 도시 8월 부동산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조사대상 도시의 신규 주택가격은 전월보다 1.2% 상승했다. 월간 상승폭으로는 2010년 1월 이후 최대다. 상하이의 신규 주택가격은 4.4% 급등했고, 베이징도 3.6% 뛰었다. 남부지방 대도시인 선전(2.1%) 광저우(2.4%) 등도 전국 평균보다 높은 2%대 상승세를 기록했다.

조사대상 70개 도시 중 집값이 전월 대비 상승한 곳은 64개로 전월(51개)보다 대폭 늘어났다. 지방정부가 부동산 가격 억제책을 시행하지 않은 허베이성 정저우와 장쑤성 우시 등은 5% 안팎의 급등세를 보였다. 중국 국가통계국도 “부동산 가격 상승 모멘텀이 전 지역에서 강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중국 주요 도시 집값은 작년 하반기부터 뛰기 시작해 올 들어 상승폭이 더욱 가팔라졌다. 이들 지역에서는 외지인의 주택 구매를 제한하고 주택 구매 초기 내야 하는 일시금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등 잇따라 부동산 가격 억제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최근의 부동산시장 상황은 각 지방정부의 가격 억제책이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유동성 함정에 빠진 중국 경제

중국 정부는 올 들어 실물경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대도시 지역 부동산 가격은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해나간다는 정책 목표를 세웠다. 실제 상황은 중국 정부의 목표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올 2월 2%대(전년 동월 대비)로 반등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들어 다시 1%대로 하락한 뒤 지난달에는 1.3%까지 추락했다. 작년 한 해 10%를 기록한 민간투자 증가율은 올 들어 줄곧 하락해 지난달에는 2.1%까지 떨어졌다. 반면 상하이지역 신규주택 가격은 최근 1년 새 31.2% 급등했고, 베이징도 23.5% 뛰었다. 2014년 11월 이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공격적인 기준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를 시행했지만 시중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만 흘러들어간 것이다.

중국 경제학자들은 “중국 경제가 1990년대 일본과 같은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전체 은행대출에서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65%이던 것이 올 들어 8월까지 52%로 하락했다. 반면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35%에서 올해 46%로 급상승했다. 저우하오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중국은 민간투자나 물가 상황을 보면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해야 하지만 부동산시장 상황을 놓고 보면 통화긴축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며 “중국의 통화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