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과 협상 결과에 따라 2차, 3차 추가 파업 결정
은행들 '컨틴전시 플랜' 마련…고객 불편 최소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23일 열리는 총파업에 10만 명이 결집, 은행업무가 사실상 마비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금융당국은 주요 은행장들을 소집해 은행권 대비 상황을 점검하기로 하는 등 총파업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금융노조는 20일 서울 중구 노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총파업에 노조원 대부분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사측이나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노조원들이 파업에 대한 열의가 크다"며 "정부나 사측은 3만∼4만 명 정도를 예상하지만, 조합원 대부분이 이번 파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2000년 7월과 2014년 9월 관치금융 반대를 기치로 내걸고 두 차례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파업 참여율은 높지 않았다.

특히 2014년 파업 때는 참가율이 10%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4년 파업이 금융공기업 정상화, 낙하산 인사문제 등을 주요 화두로 내건 반면, 이번에는 시중 은행원들의 생계문제인 월급 체계와 직접 연관됐다는 점에서 파업 동력에서 차이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예전에 비정규직이었던 분들이 전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노조원이 됐다"면서 "파업의 강도는 예전보다 훨씬 강할 것이며 세계 노동운동 사상 단일노조가 세운 파업 기록 중 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관치금융과 성과연봉제를 막기 위해서는 2차, 3차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노조가 이처럼 총파업에 나서는 이유는 성과연봉제 조기 도입과 저성과자 해고, 관치금융 등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특히 성과연봉제가 이른바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노조는 우려하고 있다.

성과연봉제 등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금융권 노사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여전한 관치로 금융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정부가 노사관계에 불법 개입해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정상적인 산별 노사관계를 하루아침에 파탄 냈기 때문에 총파업에 나선다"며 "정부의 개입은 금융산업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 중인 성과연봉제는 단기실적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마약이라며 지금은 단기 실적주의에서 벗어나 조직의 미래를 책임질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공공·금융부문 총파업 때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확실히 적용하겠다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는 "정부가 제 할 일부터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위원장은 "고용노동부는 파업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해야 하는 정부기관임에도 금융노조 파업을 포함한 노동계의 총파업이 현실화하고 있지만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정부라면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하고 노동자도 국민이다.

이 장관의 발언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금융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관계자들과 9개 주요 은행장들은 21일 오전 정부 서울 청사에서 상황 점검회의를 열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총파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각 은행이 대응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할 계획이다.

회의에 참석하는 은행장들은 은행별 파업 대비 현황을 보고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총파업에 대비해 비상체제를 가동하며 고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KEB하나은행 등은 각각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 파업 때 생길지 모를 고객 불편에 대응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박초롱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