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있는 대부분 중앙부처는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 담당자의 휴대폰 번호를 함께 기재한다. 기자들이 해당 자료에 대해 문의할 때 답변할 수 있는 담당과장은 물론 실무자 대다수가 세종청사 사무실에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종시 이전에 따른 대표적 비효율은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의 증가다. 행정자치부, 외교부 등 6개 부처를 제외하고 18개 정부 부처와 소속기관이 세종시로 이전했지만 대부분 회의는 여전히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탓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하는 사무관 이상 공무원 1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8.3%는 1주일에 1회 이상 출장을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55.3%)은 1주일에 1~2회, 23.0%는 3~4회 출장을 간다고 답했다. 출장의 59.1%는 국회 관련 업무인 것으로 조사됐다. 5급 공무원은 1주일에 세종시에서 일하는 날이 5일, 4급은 4일, 1급은 1일밖에 안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비용도 만만찮다. 세종시 이주가 시작된 201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정부세종청사 중앙부처의 출장비는 504억원에 이른다. 연간 200억원 규모로 주말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7700만원꼴이다. 한 경제부처 과장은 “실·국별로 배정된 출장비가 정해져 있다 보니 출장이 많은 부서는 다른 부서의 출장비를 빌려 쓰기도 한다”며 “그마저 다 떨어지면 자비로 KTX 승차권을 사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출장뿐만이 아니다. 출퇴근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찮다. 과장급 이상 공무원 상당수는 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서울에서 출퇴근하거나 원룸·셰어하우스 등을 얻어 지낸다. 올해 공무원 통근버스 운행경비 예산 128억원 가운데 77.3%(99억원)는 세종청사 통근버스 몫이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오가는 통근버스는 33개 노선 73대(월요일 기준, 평일은 47대)에 이른다. 매일 오전 8시면 지친 모습으로 버스에서 내리는 공무원을 세종청사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도로에서 허비되는 비용과 시간은 결국 국민 부담이다. 한국행정학회는 세종시 이전으로 인한 행정·사회적 비효율 비용이 연간 2조8000억~4조88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