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에서 '공유'로…필요할 때 세단·스포츠카 등 골라서 탄다
독일에 사는 대기업 직원 A씨는 매일 아침 다른 차를 타고 집에서 20㎞가량 떨어진 직장으로 출근한다. 갖고 있던 소형차는 2년 전에 팔았다. 해마다 수백만원씩 들어가는 유지비도 부담됐지만, 상황에 따라 여러 차종을 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차를 판 뒤에는 공식 행사에 참석할 땐 세단을, 여자 친구를 만나는 날엔 스포츠카를 빌리는 식으로 바꿔 탄다. A씨가 여자 친구를 만날 때 쓸 스포츠카를 고르는 데 들어간 시간은 단 30초. 스마트폰으로 카셰어링 앱(응용프로그램)에 접속해 포르쉐911를 선택한 게 전부다. 결제는 A씨의 집에 있는 주차장을 카셰어링(차량 공유) 업체에 차고지로 제공하고 받은 적립금으로 했다. 10분 뒤 탁송기사가 집 앞으로 차를 가져왔다.

2020년 카셰어링 인구 2600만명

자동차시장의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공유’로 급변하고 있다. 컨설팅 업체 앨릭스파트너스는 2014년 490만명 수준인 카셰어링 이용자가 2020년 2600만명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4년 뒤에는 북한 인구(약 2500만명)보다 많은 사람이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9년 창업한 차량공유 스타트업 우버의 기업 가치가 현대자동차 시가총액의 두 배가 넘는 상황이 됐다”며 “공유경제가 퍼지면서 제조, 판매, 애프터서비스 등 기존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공유경제 확산은 완성차 업체에 새로운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차를 소유하는 사람이 줄고 대신 분 단위로 빌려 타는 이들이 늘면서, 자동차 회사의 신차 판매량 감소로 이어진 탓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1년까지 카셰어링에 따른 세계 자동차 판매 감소 대수가 약 55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른 매출 감소는 74억유로(약 9조7400억원)에 달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유경제 확산으로 완성차 업체의 주요 수익원이 판매이익에서 주행거리에 따른 이용료로 변화할 것”이라며 “독자적인 카셰어링 플랫폼 확보 여부가 앞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카셰어링에 눈독 들이는 완성차 업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카셰어링 사업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셰어링 사업에 따른 수익과 더불어 고객 차량의 위치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BMW는 2011년 베를린, 뮌헨, 런던 등에서 BMW 차량을 분 단위로 빌려 타는 ‘드라이브 나우(Drive Now)’를 선보였다. 지난 4월 미국 시애틀에선 ‘리치 나우(ReachNow)’라는 카셰어링 서비스도 시작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도 2008년부터 ‘카투고(Car2Go)’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시간 단위로 빌려 타는 방식이며 회원 수는 100만명, 운영 차량은 1만대를 넘어섰다. 아우디와 제너럴모터스(GM)도 카셰어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우디는 ‘아우디앳홈’을, GM은 메이븐(Maven)을 선보였다.

현대차도 올 11월 광주광역시에서 수소연료전기차(FCEV)를 활용한 카셰어링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수소차 15대, 전기차 15대 등 총 30대를 투입한다. 카셰어링 업체에 대한 지분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겟(Gett)에 3억달러를, GM은 리프트(Lyft)에 5억달러를 투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공유경제 확산으로 자동차와 관련된 인프라나 시스템, 문화까지 다 바뀌고 있다”며 “자동차산업은 앞으로 10~20년 안에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