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CS센터의 박OO 전무입니다.”

지난 7일 퇴근을 앞두고 있던 LG전자 CS센터 직원들은 귀를 의심했다. LG전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사내 방송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박 전무는 방송에서 “매주 수요일은 가족과 함께하는 ‘가정의 날’이다”며 “오후 5시30분까지는 모두 퇴근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LG전자의 각 부서와 부문을 맡고 있는 임원 및 고참 부장들이 지난달 중순부터 번갈아가며 마이크를 잡고 있다. 가정의 날인 수요일에 직원들의 조기 퇴근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17일 첫 번째 ‘연사’로 나선 회계팀의 김모 부장에 이어 박 전무가 2주씩 돌아가며 지금까지 방송을 맡았다.

LG전자는 사업본부별로 자율적으로 정하던 가정의 날을 지난해부터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 5시30분에 전 직원이 정시퇴근하는 것이다. 이에 맞춰 LG전자는 전국 주요 사업장에서 사내 아나운서가 퇴근을 독려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방송 담당을 부서장으로 바꾼 이유에 대해 LG전자 측은 “부서를 책임지고 있는 임원과 부장이 솔선수범해 가정의 날을 준수하도록 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방송을 맡을 부서장은 무작위로 선별한다. 회사 관계자는 “LG전자는 상대적으로 일찍 가정의 날을 도입해 실천하고 있다”며 “부서장들까지 퇴근 독려 방송에 나서면서 가정의 날이 앞으로 더 준수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