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6곳 임기 만료…거래소·신보 CEO 선임절차 진행 중
우리·기업은행장은 연임·교체 '갈림길'


금융팀 =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금융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당장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신용보증기금과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기관장 인사가 줄을 잇는 가운데 낙하산 논란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 낙하산 논란 휩싸인 거래소 이사장 선임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추석 연휴 이후 가장 먼저 신임 기관장이 선임되는 곳은 한국거래소다.

지난 12일 신임 이사장 공모 접수를 마무리한 거래소는 다음 주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장을 선임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경수(67) 거래소 이사장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자본시장법을 20대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면 19대 국회에서 이 업무에 주력하던 최 이사장이 연임하는 게 매끄러울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정작 최 이사장은 공모에 참여하지 않고, 정찬우(53)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응모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거래소 이사장 선임은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정 전 부위원장은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 등 박근혜 대통령 주변 인사들과 폭넓은 교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4월 열린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최근 산업은행 회장과 기업은행장 후보로도 거론됐다.

서근우(57) 현 이사장 임기가 이달 말 만료되는 신용보증기금도 이사장 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23일까지 후보자 접수를 한다.

예탁결제원 사장 임기는 오는 11월 말 만료되지만, 사장 선임 절차가 더 일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유재훈(55) 현 사장이 지난 12일 국제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계감사국장에 선임됐기 때문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임기도 11월 중순 만료된다.

신보와 예탁원, 캠코 CEO에는 기존 관행대로 기획재정부·금융위 출신 관료가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근우 신보 이사장은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출신이지만 홍영만(58) 캠코 사장, 유재훈 예탁원 사장은 금융위 출신이다.

특히 캠코나 신보 수장으로는 문창용(54) 전 기재부 세제실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실장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 연말정산 소득공제 항목의 세액공제 전환, 기업소득환류세제 등 굵직한 세법 개정을 이끈 인물로, 기재부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보직 없이 퇴직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서별관 회의 폭로' 후폭풍으로 청와대와 정부가 교수 출신 금융 공공기관장 선임을 꺼릴 것이라는 관측도 관료 출신 선임설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 지분매각 '흥행'에 달린 우리은행장 연임
연말에는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행장 임기가 끝나 현직 행장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이광구(59) 우리은행장은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한 지분 매각 '흥행' 여부에 따라 연임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행장은 3년인 임기를 '2+1년'으로 줄이고 우리은행 매각 작업에 매진해왔다.

지분 매각 일정상 새 사외이사 선임 절차가 빨라야 올해 12월 중 이뤄지고,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후 차기 행장 추천까지 통상 5주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은행 차기 행장의 윤곽은 빨라야 내년 1∼2월이 돼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일정이 더 늦어지면 연임 여부와 관계없이 이 행장이 내년 3월 이후에도 계속해서 행장직을 유지할 수도 있다.

주요 시중은행과 달리 그간 우리은행장 선임에는 정부가 주주권 행사 차원에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이번 매각에서 예금보험공사가 들고 있던 지분 30%를 민간에 쪼개 팔고, 이 지분을 산 과점 주주들이 이사회와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에 관여해 차기 행장 선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올해 12월 임기가 끝나는 기업은행장 역시 권선주(60) 행장의 연임이나 내부 승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