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 회원국 정상회의…테러·러시아 위협 대응위한 안보협력 강화 합의
난민 문제 놓고는 이견 노출…헝가리 총리 "성공적이지 못한 회의"


유럽연합(EU)은 16일(현지시간)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Brexit) 결정 이후 제기된 EU 해체 위기론을 극복하고 EU에 대한 회원국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내년 3월까지 EU 개혁을 담은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영국을 제외한 EU 소속 27개국 정상들과 EU 지도부는 브렉시트 결정 직후인 지난 6월 말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비공식 정상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내년 3월 25일은 EU 창설의 토대가 된 로마조약이 체결된 지 60주년이 되는 날로, EU는 이 때에 맞춰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EU 정상회의에서 어떤 구체적인 방안들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를 마친 뒤 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인의 국민투표는 나머지 EU 회원국을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지게 했다면서 27개 회원국은 향후 6개월간 EU를 다시 활성화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내년 3월 예정된 로마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우리는 영국의 국민투표와 우리가 직면한 다른 문제들로 인해 EU가 심각한상황에 처해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EU를 활성화할) 현실적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데 합의했다"며 EU는 더 많은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와 나란히 앉아 기자회견을 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브렉시트 이후에도 EU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일하는 EU에 대한 (회원국) 국민의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담은 로드맵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에서 내년에 대선이나 총선 등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서 내년 3월까지 개혁안을 마련하더라도 주요한 과제들은 이들 선거가 끝나야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회의에서는 EU의 최대 난제 중 하나인 난민 문제를 놓고 관련국들 간 입장이 여전히 엇갈려 논란이 벌어졌다.

EU 지도부는 난민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각 회원국이 경제적·사회적 부담을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동유럽 국가들은 망명신청자를 수용하는 데 대해 난색을 표명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회의를 마친 뒤 "이민문제에 관한 한 이번 정상회의는 성공적이지 못했다"면서 "정상회의에서 자기 파괴적이고, 순진한 EU의 이민정책을 바꾸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EU 지도부와 발칸 지역 국가들은 오는 24일 회동해 추가로 난민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또 회의에서는 난민 문제는 물론 일상화되는 테러,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회원국 간 더 긴밀한 안보협력을 다짐하고 EU의 국경에 대한 치안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경제침체에서 벗어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들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어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 의장은 27개국 정상과 다뉴브강에서 오찬을 겸한 선상 유람을 하면서 영국과의 향후 탈퇴 협상에 대해 브리핑을 했으나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가 영국의 EU 탈퇴를 공식 통보하지 않아 많은 논의가 오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스크 의장의 대변인은 이날 회의에 대해 "상대방에 대한 비난은 없었으며 좋은 분위기에서 회의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