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사태로 오너가 직접 위기대응…정면돌파 전략
삼성 "책임경영 차원…회장직 승진은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로서 경영 전면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12일 이사회를 열어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위해 다음달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임시주총에서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결의되는 대로 그날부터 삼성전자의 등기이사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이사회의 권유를 받고 등기이사직을 수락했다고 삼성전자가 전했다.

◇ 갤노트7 사태 위기대응…정면돌파 전략 구사할 듯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최근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로 인한 전량리콜과 국내외 사용중지 권고 등으로 삼성전자가 일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가 전면에 등장해 위기돌파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이 법적 책임을 가진 등기이사로서 갤럭시노트7 사태가 불러온 국내외 위기 상황을 빠르게 수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가 되면 일정 액수 이상의 급여를 받을 경우 연봉을 공개해야 하고, 민형사상으로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삼성전자는 "급변하는 IT산업환경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등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이사회는 이러한 사업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시기가 됐다고 판단해 등기이사 추천을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는 방안을 이사회에서 오랫동안 권유해왔다"면서 "이건희 회장이 장기간 와병 중인 상태여서 이 부회장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재용 부회장이 기업의 COO(최고운영책임자)이자 최고고객책임자로서 수년간 경영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쌓았으며, 이건희 회장 와병 2년동안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실적반등, 사업재편 등을 원만히 이끌며 경영자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미래 성장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 기업문화 혁신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재용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적인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 합작법인 S-LCD 등기이사 사임 이후 8년만에 다시 등재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기존 등기이사인 권오현 부회장(DS부문장), 윤부근 사장(CE부문장), 신종균 사장(IM부문장)과 함께 공동경영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 부회장은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 2003~2007년 경영기획팀 상무를 거쳐 2004년 S-LCD 등기이사를 맡기도 했다.

S-LCD는 삼성전자와 소니가 합작한 법인으로 이후 청산됐다.

이 부회장의 삼성 특검사태 직후인 2008년 이건희 회장이 삼성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사임할 당시 S-LCD 등기이사직을 함께 사임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다시 등기이사로 등재되는 것은 약 8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이후 2010년 삼성전자 부사장(COO, 최고운영책임자), 2010년 사장(COO)이 됐고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이외의 직책으로는 보아오포럼 이사와 피아트 그룹 지주회사인 엑소르 그룹 사외이사 등을 맡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에 맞춰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상훈 사장(CFO)이 이사직을 사임할 예정이어서 이사회 구성은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의 현 체제를 유지하게 된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사회 의장직은 권 부회장이 계속 맡는 걸로 안다"면서 "이 부회장이 대표이사 직함까지 가질지, 이사회 의장직까지 맡을지 등에 대해서는 거론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삼성은 그러나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직을 맡게 되지만, 회장직으로 승진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 삼성전자, 프린팅 사업부 HP에 매각
삼성전자는 프린팅 솔루션 사업 부문을 이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미국 HPI(휴렛패커드 인코퍼레이티드)에 매각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에서 이같이 결정하고 매각 안건을 다음 달 27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처리하기로 결의했다.

삼성전자의 프린팅 솔루션 사업은 HPI에 사업부문 일체를 포괄 양도하는 방식으로 매각된다.

HPI는 HP에서 분할된 2개 회사 중 하나로, PC와 프린터 사업을 담당한다.

매각 규모는 10억5천만 달러(약 1조1천160억원)다.

삼성전자는 11월 1일자로 프린팅 사업부를 분할해 자회사를 신설한 다음 1년 내 이 회사 지분 100%와 관련 해외자산을 HPI에 매각할 계획이다.

다만 매각 이후에도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HPI가 생산한 프린터를 삼성전자 브랜드로 대행해 판매하기로 합의했다.

HPI는 삼성전자가 프린터 사업 초기에 전략적 협업 관계를 맺었던 회사다.

삼성전자의 프린팅 사업부 매각 결정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정성호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