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양적완화 곧 한계…마이너스 금리 더 내려야"
시라이 사유리 일본 게이오대 교수(53·사진)는 12일 “자산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는 조만간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며 “이제 가능한 방안은 마이너스 금리 추가 인하 정도”라고 말했다.

시라이 교수는 2011년 4월부터 지난 3월까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결정기구인 금융정책결정회의 심의위원(한국 금융통화위원)을 지내면서 지난 3년간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와 함께 일본의 양적완화를 추진해왔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행이 국채매입 한도를 추가로 늘리면 ‘지속성’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은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기 위해 2014년 10월부터 시중에서 연간 80조엔 규모의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이달 금융정책결정회의는 20~21일 열린다.

시라이 교수는 “재무성의 올해 국채 신규 발행액은 35조엔에 불과하다”며 “매입 목표를 채우려면 나머지는 금융회사에서 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회사는 국채 외에 다른 투자처가 없는 데다 재무 구조상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해야 하는 처지”라고 분석했다. 연말에는 일본은행의 국채보유 잔액 비중이 전체 자산의 40%에 이르면서 유동성 문제도 불거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는 하지 않는 게 맞다”며 “자산매입을 늘려도 더 이상 민간 수요나 투자를 확대하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월 ”일본은행의 자산매입을 더욱 어렵게 하는 모순된 정책”이라는 이유에서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반대했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기 때문에 마이너스 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라이 교수는 구로다 총재가 이번 금융정책결정회의 때 양적완화를 검증하기로 한 것에 대해 “2% 물가목표 달성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현재의 방식은 부작용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과 소비자에게 직접 돈을 쥐여주는 ‘헬리콥터 머니’ 정책이 거론되는 건 더 이상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 ‘서프라이즈’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며 “유혹은 있겠지만 긴 안목에서 헬리콥터 머니는 매우 위험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 잠재성장률이 0%대 초반인 나라”라며 “하지만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구조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0~110엔 정도면 적정 수준이지만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힘들 것이라는 예상에 투기적 엔화 매수가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90엔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