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정산 때 일부 사용액에 대해 세금을 돌려받도록 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애초 자영업자들의 세원을 노출시킨다는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된 데다, 공제 혜택이 고소득자에 편중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소비위축 우려 등을 고려해 제도를 연장하더라도 공제 혜택을 축소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조세재정연구원은 '2016 조세특례 심층평가' 보고서에서 "제도 도입 초기와 달리 자영업자들의 추가적인 과표 양성화 효과가 미미하므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제도'는 자영업자의 과표를 양성화하고 근로자의 세금 부담을 낮춰주자는 목적에서 1999년 처음 도입됐다.

근로자의 신용카드·체크카드·현금영수증 사용액이 총급여의 25%를 초과하면 초과분의 15%를 최대 300만원 한도로 공제해준다.

체크카드·현금영수증은 공제율 30%가 적용되고, 전통시장·대중교통 사용액은 100만원씩 추가 한도가 인정된다.

보고서는 그간 신용카드 공제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1999년 개인사업자 중 종합소득세 납세인원과 세수는 1천322명, 3조3천14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4천589명, 16조9천370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기간 부가가치세도 2천767명이 4조216억원을 내던 것에서 4천970명, 16조4천8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제도 운영에 따른 조세지출 규모에 비해서는 효과가 미미해졌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작년 한해 카드 공제가 적용돼 근로소득자에게 돌아간 세금은 1조8천억원에 달했다.

더욱이 고소득 근로자에게 공제 혜택이 쏠리는 현상이 심각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2014년 기준 전체 근로자의 3.1%에 불과한 총급여 1억원 초과 근로자들이 전체 소득공제 혜택의 10% 가량인 1천887억원을 돌려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전체의 11%를 차지하는 총급여 1천500만∼2천만원 이하 계층은 4.7%인 888억원을 가져가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또 전통시장 및 대중교통 이용분에 대한 추가공제가 실시된 이후 해당 분야에서 뚜렷한 소비증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꼬집었다.

조세연은 "이미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가 상용화돼 제도를 폐지하더라도 카드 이용이 급격하게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표 양성화 효과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소득공제 제도 연장을 통해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다"면서 "고소득층 혜택 편중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전통시장·대중교통 이용분에 대한 추가 공제 혜택을 없애 제도를 단순화하거나, 신용카드 공제율을 현 15%에서 10% 수준으로 낮춰 효율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소득구간별로 공제 한도를 차등화하거나, 공제 방식을 소득공제가 아닌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대안도 나왔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공제 한도를 급여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조세연은 "조세지출 비용(근로자 세부담 감경 규모),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등 신용카드 공제 제도를 유지하는데 따른 비용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면서 "제도를 축소하거나, 정책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