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꺼져가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다시 불을 지폈다. 오는 20~21일 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금리 인상에 회의적인 시장 분위기를 바꾸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9월 미국 금리인상 다시 불지핀 FOMC 매파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9일 “지금까지 발표된 경기지표를 볼 때 통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그는 “금리 인상을 너무 늦추면 자산시장이 과열될 위험이 커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미국 경제가 ‘쌍방위험’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경기둔화에 따른 하방위험이 있지만 미국 경기가 과열될지 모르는 상승위험도 있다는 지적이다.

대니얼 타룰로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도 이날 경제전문방송 CNBC에 나와 “경제지표 혼조로 다음(9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그는 고용이 지속해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금리 인상 전 물가 상승의 증거를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도 이날 한 강연에서 “금리 인상의 근거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다만 Fed가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하며 금리 인상 시 역대 가장 완만한 경로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FOMC 위원들의 예상치 못한 강경 발언이 이어지면서 증시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2% 넘게 폭락하며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를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40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면서 지난 7월8일 1만8000선에 복귀한 뒤 2개월간 이어진 서머랠리 동안 쌓아올린 상승분을 하루 만에 날려버렸다. 지난 44거래일간 하루 변동 폭이 1% 미만에 머무른 S&P500지수도 2.45% 폭락했다. WSJ는 미약한 미국 경기에도 Fed가 9월에 금리를 올릴지 모른다는 공포가 시장을 덮쳤다고 분석했다.

채권금리도 폭등(가격 하락)했다. 금리가 오르면 이전에 비싼 가격으로 채권을 산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기 때문에 미리 채권을 팔아야 한다. 9일 미 국채가격 기준이 되는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6%포인트 급등한 연 1.67%로 지난달 23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외신들은 그동안 거품 논란이 제기된 국채시장이 금리 인상 우려에 ‘팔자’로 돌아서며 가격이 급락했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