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빅3'인 롯데, 현대, 신세계가 서울 여의도 노른자위 땅에 개발 예정인 대형 쇼핑몰 운영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중심부에 위치한 옛 파크원 부지를 소유한 통일교재단은 이 부지에 2020년 개장을 목표로 대형 쇼핑몰을 개발하기로 하고 최근 금융주간사인 NH투자증권을 통해 롯데, 현대, 신세계에 입찰 참여를 제안했다.

서울 도심 내 단일 필지로는 최대 규모인 1만4천평의 면적을 자랑하는 옛 파크원 부지는 외국계 금융회사와 다국적 기업, 5성급 호텔, 쇼핑센터 등이 입주한 IFC몰이 인접한 곳이다.

시공사인 포스코와 NH투자증권은 이 부지를 판매시설(대형 쇼핑몰)과 숙박시설(하얏트), 업무시설(LG·NH 계열사) 등으로 나눠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복합쇼핑몰 형태로 개발될 판매시설은 여의도 상권에서는 처음으로 유통 '빅3' 중 한 곳이 운영하게 될 가능성이 커 관심이 집중된다.

방송사와 금융사, 다국적 기업, 부유층 주거시설 등이 밀집한 여의도 상권은 과거부터 유통업계의 관심이 큰 지역이었으나 주말에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단점 때문에 한 번도 '빅3' 업체가 입점한 적이 없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NH투자증권으로부터 사업참여 요청을 받았으나 여의도 상권이 주말 공동화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특성이 있어 참여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여의도 상권의 단점이 있긴 하지만 스타필드 하남과 코엑스몰에 이어 여의도에까지 복합쇼핑몰을 운영하게 될 경우 쇼핑몰 사업 주도권 경쟁에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나간다는 의미가 있어 참여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가 위치한 서울 서남부 지역에 이렇다 할 점포가 없는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지만 인근에 개장한 IFC몰도 사업성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등 변수가 많아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만약 우리가 여의도에 복합쇼핑몰을 운영할 경우 처음으로 이 지역 상권에 진출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사업성이 불확실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신중한 내부 검토를 거쳐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 수사 와중인 롯데는 신세계와 현대보다도 더 소극적이지만 경쟁사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신규 사업 참여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여의도 상권의 상징성이 있어 사업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유통 3사는 사업성에 대한 내부 검토를 거친 뒤 입찰 의향서 마감 시한인 오는 20일까지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