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식품 유통기한 지나면 바로 폐기…"처리 비용 더 들어"

법정관리 이후 수십 척의 한진해운 선박이 바다에 발이 묶인 가운데 사태가 장기화하면 선박 연료가 바닥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진해운 측은 당장 이런 문제가 있는 선박은 없다고 밝혔지만, 만일 연료가 떨어지면 즉각 공급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각국 항만에서 압류를 피하기 위해 공해 상에 떠 있는 선박들은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선박 규모나 화물량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항해 중인 컨테이너선은 보통 하루 100t가량의 기름을 소비한다.

기름은 엔진에 동력을 공급하는 일뿐 아니라 각종 전기 사용을 위해 발전기를 돌리는 데도 쓰인다.

특히 냉장·냉동식품을 싣고 있는 경우라면 신선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기름을 소비한다.

정박해 있는 배는 엔진을 끄긴 하지만 발전기를 계속 돌리기 때문에 항해 중일 때 사용하는 양의 10분의 1만큼 기름을 쓴다.

적은 양이긴 하지만 연료 보유량이 원래부터 충분치 못했던 선박은 오랫동안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

바다에 나온 지 12일째라는 한 한진해운 선박의 선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기름을 아끼려고 에어컨 가동을 중단하는 등 비상조처를 하고 있다"며 "선원들이 더위에 힘들어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료가 고갈된 선박은 당장 발전기를 돌리지 못해 선원들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없는 데다 화물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기름이라도 즉각 공급해야 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박마다 항해 준비를 하면서 미리 기름을 채워놨을 것이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는 없겠지만, 비정상 운항 상태가 길어지면 어떻게든 연료를 공급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진해운 선박에 농수산물과 신선식품을 실은 화주들은 제품이 손상될 것이라는 우려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제품의 신선도가 떨어져 거래처에 납품하지 못하고 폐기할 수밖에 없어서다.

차미성 국제물류협회 부회장은 최근 한국해법학회 주최로 열린 좌담회에서 "컨테이너에 식품을 실은 화주들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바로 폐기처분을 해야 한다"며 "이럴 경우 납품 지연에 따른 손해에다 처리 비용까지 추가로 내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 셈"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