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프린터 사업 돌연 매각…"선두 경쟁 어렵다" 판단한 듯
삼성전자가 프린터 사업부문을 매각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에선 “예상 밖”이란 반응이 나왔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프린터 사업을 강화해왔다는 점에서다. 삼성전자는 2015년 브라질 1위 프린팅 솔루션 업체인 심프레스를 인수했다. 또 지난 3월에는 미국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즈와 손잡고 프린팅 소프트웨어 부문으로 보폭을 넓혔다. 그때마다 삼성은 기업 간 거래(B2B)에서 프린팅 사업의 전망이 밝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삼성이 갑자기 방향을 튼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삼성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선 뒤 꾸준히 비주력 부문을 정리했다. 삼성이 잘하는 사업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운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권과 멀어진 사업은 과감히 메스를 댔다. 2014년 당시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등 방위산업과 화학 부문 계열사들을 한화그룹에 넘긴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당시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을 롯데그룹에 팔았다. 삼성전기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사업부문도 지난해 협력사에 매각했다.

이번 프린터 사업부문 매각은 삼성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도 사업 재편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프린터 사업은 삼성전자 내부에서 의료기기, 네트워크 장비 부문과 함께 ‘못난이 3형제’로 불렸을 정도로 그동안 실적이 부진했다. 삼성전자가 프린터 사업부문의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지만 업계에선 상당 기간 적자가 누적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지난 2~3년간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고 신시장을 개척하면서 실적이 일부 개선되기는 했다. 그동안 가정용 프린터에 주력했던 전략을 바꿔 2013년부터는 수익성이 좋은 기업용 프린터 시장에 집중해왔다. 이에 따라 프린터 사업부문에선 올해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은 과감히 프린터 사업을 휴렛팩커드(HP)에 넘기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캐논 등 선두권 업체들은 연 매출이 20조원에 달하는 반면 삼성은 프린터 사업이 연 3조원가량”이라며 “삼성이 프린터 부문에서 선두권 업체를 따라잡기가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프린터 사업부문의 실적이 좋아지고 혁신 기술도 많이 내놓자 오히려 매각 협상이 빨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주력사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사업 재편에 나서면서 앞으로 그룹 차원의 추가 구조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