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빚어진 물류대란에 정부가 안이하게 대처하는 사이 미국 정부가 오히려 한국 정부에 물류대란을 수습해 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양국 정부의 대처가 뒤바뀐 모습이다.

다이앤 패럴 미국 상무부 아시아담당 부차관보는 9일 서울 광화문에서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을 만나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물류 차질을 정부 차원에서 해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패럴 부차관보는 한진해운에 대한 기업회생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 물류대란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국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을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차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국 측에서 물건이 제때 미국에 도착하지 못해 생기는 피해에 대해 우려했다”며 “우리 쪽에서는 미국 항만에서 대기 중인 한진해운 선박의 컨테이너 하역과 관련해 미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11월 추수감사절 다음날부터 시작하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할인 행사 기간에 월마트 아마존 등에서 팔리는 한국산 제품들은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을 이용해 미국으로 수출된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대금 결제가 안 되면서 컨테이너선들이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를 비롯해 뉴저지 시애틀 등 주요 항구에서 하역작업을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과 윤 차관 등 10개 부처 당국자들이 모여 세 번째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했다.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지난 7일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한 대책이 잘 이행되는지 점검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TF는 10일 4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