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9월 기준금리 동결…'눈덩이' 가계빚·美 FOMC 부담(상보)
한국은행이 9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가파른 속도로 확대중인 가계부채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지켜보자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정례회의를 열고 9월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에서 동결 결정했다.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25%로 내린 뒤 석 달째 동결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도 일찌감치 9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점쳤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 1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6.0%가 8월 기준금리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지난달 설문결과와 동일한 수준이다.

금투협 측은 경기하방 리스크, 낮은 물가 수준 등이 금리인하 기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높아진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외국인 자금유출 우려, 가계부채 증가 문제 등이 금리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오는 20~21일(현지시간) 이틀간 9월 FOMC 정례회의를 연다. 앞서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잇따라 내놓자, 시장은 9월 금리인상 경계감을 키웠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점치면서 시장의 경계감은 높아졌다.

다만 최근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는 모습이다. 미국의 제조업·고용·서비스업 지표 결과가 모두 부진한데다, 베이지북에서 물가상승이 미진한 점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미국 베이지북은 경기동향 보고서로 FOMC 회의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달 26일 재닛 옐런 Fed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 발표된 경제지표는 부진했고 9월 베이지북에서도 금리인상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며 "Fed의 금리정책이 경제지표에 의존하는 것을 감안하면 9월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가계부채 수준이 위험 수위에 도달한 점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1257조원(가계대출 1191조3000억원+판매신용 65조9000억원)을 넘어섰다.

규모뿐 아니라 증가 속도가 가파른 점도 문제다.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마이너스통장대출)은 8조7000억원 급증했다. 한은이 통계를 편제한 2008년 이후 8월 기준 사상 최대치다. 월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10월(9조원 증가) 이후 역대 두번째로 높은 증가폭이다.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위해 방한한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꼽기도 했다. 이에 범정부적 차원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발표되는 등 정부는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김진평 삼성선물 연구원은 "금통위는 가계부채 증가세의 둔화 조짐이 보이지 않고 FOMC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금리인하를 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금리 결정 자체보다는 경기판단의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가 좀처럼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여전하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의 금리 동결 결정에도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소멸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FOMC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축소되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무라증권은 금통위가 내달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해 기준금리를 1.00%까지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권영선 연구원은 "한국이 내년 3월까지 기준금리를 0.75%까지 낮출 것이라는 의견을 유지한다"며 "다만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지 못 할 경우 한은의 통화완화정책은 늦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