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묶인' 한진해운 선박에 애꿎은 삼성전자만 '발동동'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 선박이 멈춰서면서 미국 브랜드에 납품하는 아시아 공급업체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이들은 추수감사절(11월의 4번째 목요일) 연휴 전 납기를 맞추기 위해 전세기를 빌려 상품을 옮겨야 할 처지에 놓였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나이키와 휴고보스, 랄프로렌 등에 신발과 의류를 납품하는 홍콩의 에스켈그룹은 최근 트럭업체들과 추가 계약을 맺었다. 중국 항구에 발이 묶인 한진 선박이 홍콩 항구에 도착하는대로 컨테이너 4개에 담긴 원단을 호치민시에 있는 공장으로 빠르게 이동시키기 위해서다.

한진해운은 앞서 6일 기준 선박 141척 중 86척(컨테이너선 70척, 벌크선 16척)이 선주에 의한 압류, 공해상 대기중이거나 항구에 정박하지 못하는 비정상 운항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비정상 운항 선박은 26개 국가 50개 항만 연안에 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거래금액을 받을 수 없을 것을 우려한 전 세계 터미널과 항만, 화물업계 등에서 한진해운 화물 취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 외항에 머물고 있는 2척의 한진해운 화물선에 약 3800만 달러 상당의 자사 화물이 실려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완제품과 부품이 304개의 컨테이너에, 냉장고와 세탁기,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등 가전제품이 312개 컨테이너에 들어가 있다.

삼성전자 역시 화물이 당장 하역되지 못하면 납기를 맞추기 위해 돈을 더 주고라도 대체 부품을 항공으로 수송해야 할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16편의 전세 화물기 이용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469톤의 화물을 항공으로 운송하는데는 최소 880만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측 변호사인 에번스 존스는 월 스트리트 저널에 "우리는 버스의 승객이고 내릴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있는 셈"이라고 표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추가 운송 비용, 납품의 지연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요 유통업체, 결국에 가서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손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