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빚어진 물류대란의 여파로 국부가 줄줄이 외국선사로 유출되고 있다.

정상영업을 하지 못하는 한진해운의 선박들이 실어날랐던 수출입화물이 대부분 외국선사로 옮겨가는 바람에 막대한 운임이 국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화물이 외국 선사로 옮겨갔는지 파악되지 않지만 한진해운이 부산에서만 연간 100만개가 넘는 컨테이너를 처리한 점을 고려하면 운임 유출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해운의 공백이 길어질수록 유출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내 수출기업들이 한진해운 대신 다른 선사의 배로 물건을 실어 보내느라 부담한 웃돈도 적지 않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세계 물동량이 늘어나는 시점에 한진해운 사태가 터져 기업들은 배를 구하지 못해 선사가 부르는 대로 웃돈을 줄 수밖에 없다.

미주와 유럽 항로의 운임은 50% 이상 올랐고, 평소 운임의 배에 이르는 웃돈을 준 기업들도 상당수로 알려졌다.

이 돈도 초대형선을 많이 보유한 대형 외국 선사들이 대부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환적화물 이탈을 막으려고 부산과 여수광양항만공사가 확대 지급하기로 한 인센티브 100억원도 외국선사들에게 훨씬 큰 몫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막대한 국부의 유출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이 사라지거나, 생존하더라도 규모가 쪼그라들어 우리 수출입화물의 수송을 외국선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면 운임상승이 고착화해 제조업체들이 애써 벌어들인 돈으로 외국선사들의 배를 불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관련 업계는 우려한다.

게다가 세계 해운시장에서 외국선사들의 지배력이 더 커져 국내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들에 대한 하역료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터미널 간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 이 과정에서 또 많은 국부가 외국선사로 넘어가는 일이 벌이질 가능성도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운 전문가는 "국가기간산업인 항만과 해운은 우리 기업의 안정적인 물류를 담보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토대"라며 "이것이 동시에 무너져 외국선사에 종속당하고 막대한 국부가 새나가는 것을 막으려면 한진해운을 조속히 회생시키는 등 해운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lyh950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