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헝가리 야스페니사루시(市) 공장에서 근로자가 TV 출하 전 최종 점검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 헝가리 야스페니사루시(市) 공장에서 근로자가 TV 출하 전 최종 점검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유럽의 TV 시장은 복잡하다. 국가별로 생활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선호하는 TV도 다르다. 똑같은 TV를 대량으로 찍어서 각국에 뿌릴 수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2곳의 공장에서 유럽 전체 TV 생산을 담당한다. 기자가 지난 5일(현지시간) 방문한 헝가리 야스페니사루 시의 삼성 TV 공장에서는 1600개에 이르는 TV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비결은 ‘모듈화’와 ‘셀(cell)라인’이다. 안윤순 삼성전자 헝가리법인장(상무)은 “1600개의 모델을 만들면서도 하루에 TV 4만개를 생산할 수 있다”며 “평균 7~8초마다 TV 완제품 1개씩이 생산된다”고 말했다.

TV는 보통 컨베이어벨트에서 생산한다. 첫 공정부터 마지막 공정까지 한 컨베이어벨트에 작업자들이 나란히 서서 조립하는 식이다. 이 방법은 ‘소품종 대량생산’에는 좋다. 하지만 최근엔 국가별은 물론 소득수준별, 세대별로 원하는 디자인이 각각 달라지면서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 도입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도입한 방식이 모듈화와 셀라인이다. 원래 자동차업계에서 쓰던 방식을 2006년께 삼성이 TV업계로는 최초로 도입했고 지금은 세계 전역의 공장에 적용했다.

헝가리 공장에서도 모든 TV에 비슷하게 들어가는 모듈 부분은 거의 100% 자동으로 찍어낸다. 이후 디자인을 결정하는 조립 과정은 몇몇 작업자가 ‘셀’이라고 불리는 작은 테이블에 앉아서 단계별로 진행한다. 숙련된 작업자들이 맡기 때문에 공정이 조금 바뀌어도 문제가 없다. 삼성은 셀에서 쓰는 부품도 상당 부분 ‘세트’로 묶어 종류를 최소화하고 작업도 단순하게 했다. 안 상무는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을 맞춰주면서 유럽 TV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는 유럽 TV 매출이 미국과 비슷해질 정도로 커졌다”고 말했다.

삼성은 헝가리에 1989년 처음 공장을 세웠다. 이후 30년 가까이 한 지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가 워낙 적극적으로 기업을 돕고 있어서다. 삼성은 성수기 때는 헝가리 인근 슬로바키아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쓰고 있다. 유럽연합(EU)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3개월 이상 체류하며 일할 수 없다. 하지만 삼성이 헝가리 정부에 요청하자 헝가리 정부는 예외적으로 2년까지 머물며 일할 수 있게 해줬다는 게 안 상무의 설명이다. 그는 “인건비가 한국의 절반 이하인 데다 우수한 이공계 인력도 많고 무엇보다 정부가 친기업적이어서 많은 제조업체가 헝가리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스페니사루=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