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이탈리아 직원, 제네바서 집회 열고 고용 안정 요구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선박이 전 세계 곳곳에서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해상에서도 한진해운 소속 선박 1척이 압류를 우려해 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소식통에 따르면 법정관리 1주일째인 이날 한진해운 소속 10만t급 선박이 이탈리아 북부 리구리아 주의 항만인 라 스페치아 20마일(약 32㎞) 앞 해상을 맴돌고 있다.

이 배는 지난 3일 몰타에서 하역을 완료한 뒤 출항했으나 라 스페치아 항만 당국과 항만 이용료 지급 등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탓에 입항을 미룬 채 사실상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몰타에서는 몰타 항만 당국의 배려로 순조롭게 정박, 하역 작업이 이뤄졌으나 라 스페치아에서는 현지 항만 당국이 밀린 항만 사용료는 차치하고라도 이번에 발생하는 비용은 달라고 요구하면서 입항이 미뤄지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 배는 라 스페치아를 들른 뒤에는 스페인 발렌시아, 바르셀로나, 다시 이탈리아 제노바를 거쳐 아시아로 돌아가는 노선이라 나머지 항만 측과도 항만 이용료 등에 관한 합의가 이뤄져야 가압류 우려 없이 입항할 수 있다.

자칫 해상 대기 상황이 기약 없이 길어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몰타와 이탈리아 관할 공관인 주 이탈리아 한국대사관은 지난주부터 공관에 대책반을 마련해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한편 이탈리아 항만 관계 당국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편, 이탈리아 북서부의 최대 항만인 제노바에서는 지난 5일 오후 한진해운의 현지 직원 약 90명이 이탈리아 노조와 연대해 제노바 항만청 앞에서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고 지역 일간 제노바포스트가 보도했다.

이들은 "한진이 심각한 재정난에 처해 이곳 고용자들의 노동 안정성이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며 "항만 당국은 이번 사태를 주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한국 정부가 이번 일에 개입해 해결책을 내놓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