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도에 이어 베트남 정부가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면서 한국 철강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출 물량이 적어 당장 피해는 미미하지만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확산되고 있어 다른 나라에서도 반덤핑 관세를 맞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조선업계 불황으로 일감이 줄어든 마당에 수출까지 어려워질까봐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오는 16일부터 한국산 아연도금강판(GI)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비 판정을 내렸다. 한국 철강업체 중 베트남에 가장 많은 아연도금강판을 수출하는 포스코에는 12.4%, 다른 중소업체에는 19%의 관세를 120일간 각각 물린다.
한국산 철강에 잇단 '반덤핑 관세' 장벽
국내에서 생산된 아연도금강판이 베트남으로 수출되는 물량은 연간 6만t 정도다. 이 중 절반인 3만t가량을 포스코가 수출한다. 포스코 연간 전체 판매량(3600만t)의 0.08% 비중이어서 타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또 동국제강은 100~200t 수준을 수출하고, 현대제철은 베트남 수출 물량이 없어 전반적인 피해는 크지 않다.

문제는 보호무역주의가 계속 확산되는 추세라는 점이다. 올 하반기 들어서만 한국산 철강제품에 내려진 반덤핑 관세만 4건이다. 미국은 지난달 한국산 열연강판에 최대 58.6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판정한 데 이어 지난 2일 한국산 냉연강판에도 최대 59.72%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최종 판정했다. 인도도 지난달 한국산 열연강판에 최저 수입가격을 t당 474달러로 제한하는 예비 판정을 내렸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꼽힌다. 산업적 측면에선 세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공급과잉이 확산되면서 국가별로 자국 산업을 위한 ‘방어벽’을 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치적 측면에선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손 놓고 당해선 안 된다”며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 민·관 공동 대응에 나서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수입 철강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반덤핑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당장 실적에 타격을 주는 미국의 열연, 냉연강판 반덤핑 관세 부과 판정에 대해선 강경 대응을 계획 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판정의 불공정 여부를 검토해 행정소송 및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앞으로 통상규제 관련 사전 대응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도 “내년 초 연례재심에 대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출전략에서 근본적인 변화도 불가피하다. 포스코는 연간 100만t 수준인 미국 수출 물량을 국내에서 소화하는 방안 등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