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해외터미널 등 담보로 대한항공이 600억원 조달
선박 85척 운항 차질…하역작업 부분정상화 땐 뱃길 숨통 트일 듯


한진그룹이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조양호 회장의 사재 400억원을 포함해 자체적으로 1천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긴급 자금이 이른 시일 내 수혈돼 중단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부분적으로나마 정상화되면 전 세계 곳곳에 발이 묶인 한진해운의 뱃길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6일 그룹 대책회의를 열어 이 같은 지원 방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1천억원은 한진그룹 차원에서 지원하는 600억원과 조양호 회장이 사재로 내놓는 400억원으로 이뤄진다.

그룹 측은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자산을 담보로 잡아 빌려주는 방식으로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담보는 한진해운이 지분 54%를 보유한 자회사 TTI가 운영하는 해외 터미널이다.

TTI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터미널과 시애틀터미널 운영사다.

이밖에 한진해운이 보유한 TTI 채권도 담보로 잡는다.

그룹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이미 법원의 관리하에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수출입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원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최대한 빨리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은 보유 중인 주식을 담보로 대출하는 방식으로 400억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진그룹 고위 관계자는 "조 회장이 한진해운에 지원할 400억원을 주식담보대출로 마련할 예정"이라며 "현재 은행들과 접촉해 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당정은 한진해운의 자산이 담보되거나 한진그룹 차원에서 담보를 제공할 경우 해운에 1천억원+α(알파)의 장기저리자금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룹 측은 이와 별개로 자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박 운항 차질 등 물류대란으로 야기된 급한 불을 끄려면 당장 1천억∼2천억원의 현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지금까지 한진해운이 연체한 용선료와 터미널 사용료 등을 합치면 부족 비용이 6천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운항에 차질을 빚는 한진해운 선박은 총 85척(컨테이너선 70척·벌크선 15척)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체 보유 선박 141척의 60%에 해당한다.

이들 선박은 26개국 50개 항만에서 항만 당국의 입·출항 금지, 하역 관련 업체들의 작업 거부, 연료유 구매 불가 등으로 공해상이나 항만에서 정상적으로 운항하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다.

선주의 권리 행사로 가압류된 선박은 싱가포르의 한진로마호 1척이다.

한진그룹은 이번 자금 지원 이외에도 원활한 물류 처리와 수송을 위해 그룹 계열사를 활용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한진은 비상 태스크팀을 구성해 즉각적인 해상화물 하역처리와 긴급화물 항공편 대체 수송 등의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앞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직후에는 부산신항만 한진터미널에 접안한 회사 선박에서 5천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분량의 화물 하역작업을 지원한 바 있다.

㈜한진은 현재 하역된 화물을 철도나 육로를 통해 수도권 컨테이너 물류거점인 의왕 기지까지 정상적으로 수송 중이며 화주들에게 실시간으로 화물 위치를 제공하는 등 물류 차질을 최소화하도록 협조하고 있다고 그룹 측은 밝혔다.

대한항공은 긴급 화물수송이 필요할 때에 대비해 가용할 수 있는 화물기를 최대한 동원하는 비상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물류대란 해결에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