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헤어드라이어 '슈퍼소닉' 개발 총괄 마크 스미스
"600번 시제품 만들며 원했던 것은 해법 아닌 문제점"

"다이슨의 디자인 철학요? '문제를 해결한다'(solving problem)는 거죠. 우리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려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제품을 만듭니다."

4일(현지시간) '국제 가전전시회(IFA) 2016'이 열리고 있는 독일 베를린의 메세베를린에서 만난 다이슨의 엔지니어링 총괄 마크 A. 스미스는 이같이 말했다.

영국의 프리미엄 가전업체 다이슨은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기술을 접목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것으로 잘 알려진 회사다.

날개 없는 선풍기,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등이 간판 상품이다.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는 국내에서는 일반적이지만 유럽에서는 파격이었다.

유럽 가전시장의 맹주인 독일 명품 가전업체 밀레가 먼지봉투가 탑재된 청소기를 고집해왔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4년 전 다이슨에 합류했다.

초기 가습기 개발에 잠깐 참여한 뒤 줄곧 신개념 헤어드라이어 개발에 매달려 왔다.

이번 IFA에는 최근 몇몇 국가에서 출시한 헤어드라이어 '슈퍼 소닉'을 들고 참가했다.

언뜻 보면 슈퍼 소닉은 그다지 혁신적인 제품으로 보이지 않는다.

작고 아담하게 만든, 예쁘장한 또 하나의 헤어드라이어로 보일 뿐이다.

날개 없는 선풍기나 다이슨의 공기정화기 제품들처럼 바람이 나오는 부분이 뻥 뚫려 있다는 점 정도가 차이라면 차이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다르다.

우선 바람을 생성하는 모터의 크기를 확 줄였다.

스미스 총괄은 "이 제품 전용으로 개발한 V9 모터는 보통 헤어드라이어 모터의 3분의 1 크기이면서 8배나 빠른 11만rpm으로 회전해 강력한 바람을 뿜어낸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이슨의 특허 기술인 '에어 멀티플라이어'를 적용해 가운데 구멍이 뚫린 관을 통과하면서 모터가 만들어낸 바람의 양을 3배로 증폭시킨다.

작은 크기에도 고속·고압의 바람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모터 크기가 작아지면서 모터가 들어가는 위치가 헤드(머리) 부분에서 손잡이로 옮겨올 수 있었다.

스미스 총괄은 "전통적인 헤어드라이어는 헤드에 모터와 열선, 그리고 공기를 뿜어내는 관(tube)이 모두 모여 있다"며 "그러다 보니 헤드는 무겁고 손잡이는 가벼워서 헤어드라이어를 쥐었을 때 중심을 잡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손잡이로 모터를 옮겨오면서 슈퍼 소닉은 무게중심이 균형을 이루게 됐다.

다루기 쉽다는 얘기다.

소음도 줄여서 헤어드라이어를 켜고도 대화가 가능하다.

헤어드라이어가 과열되면서 너무 뜨거운 바람에 머리가 손상되는 일도 없도록 했다.

유리구슬 열 센서가 초당 20번씩 온도를 측정해 발열 부위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스미스 총괄은 "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우리는 단순히 엔지니어일 뿐 아니라 모발 과학과 모발 관리 등에 대해서도 전문가가 돼야만 했다.

기존의 헤어드라이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통째로 새로 시작했다.

4년간 우리가 한 작업은 '설계-제작-시험'의 반복이었다"라고 말했다.

다이슨은 이 제품 개발을 위해 거의 5천만 파운드(약 742억원)를 투자했고, 시제품만 600개를 만들었다.

시험에 사용된 사람 모발도 그 길이가 1천10마일(약 1천625㎞)에 달하고 개발에 투입된 인력도 엔지니어링 디자이너 25명을 포함해 약 100명이다.

물론 비싼 가격은 흠이다.

지난달 국내에도 출시됐는데 가격이 50만원대다.

해외에서도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있다.

100여명을 지휘하며 제품을 개발한 스미스 총괄은 "600번이나 설계-제작-실험을 반복하면서 우리가 원했던 것은 해법이 아니라 문제점이었다"며 "그래야 문제점이 없는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