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기업 1150개…법원 "우리도 겁난다"
한진해운을 비롯해 올 들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수년간 지속된 경기 침체와 경쟁력 약화로 전 산업부문에 걸쳐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기업은 1150곳으로 사상 최대다. 주요 법원 파산부 판사들조차 “너무 갑자기 불어나 겁이 날 정도”라고 우려했다.

4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은 562개로 같은 기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540개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파산 신청도 401건으로 전년 동기(362건)보다 10.8% 늘어났다.

전국 14개 법원 파산부가 관리하는 법정관리 기업은 사상 최대인 1150개로 1년 전보다 100개 이상 늘어났다. 최근 1~2년 사이 법정관리 리스트에 새로 이름을 올린 ‘신입생’이 ‘졸업생’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법정관리 기업의 경영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파산담당 판사는 84명으로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파산부 판사 18명이 450개사를 맡고 있다. 심지어 자산 규모 6조7000억원에 달하는 한진해운은 파산부 경력이 6개월여에 불과한 부장판사에게 배정됐다. 부실관리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법원 쪽에서 나오고 있다.

한 지법 파산부 판사는 “전국적으로 매달 평균 80개씩 쌓이는 법정관리 신청서류를 보면 ‘이러다 정말 큰일 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이지훈/김태호/오상헌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