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이 확산되면서 대기업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LG전자 생활가전사업을 총괄하는 조성진 사장(H&A사업본부장)은 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 기자들과 만나 “매출에서 미국 비중이 30% 이상”이라며 “(한진해운 사태가) 생각했던 것보다 안 좋아지는 쪽으로 가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베를린 현지에서도 본사나 창원공장 관계자들과 수시로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대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대안이 나와야 하는데 내 능력으로 찾을 수 있는 건 아니고 해외 선사들과 한다든지, 백방으로 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블랙프라이데이 등이 코앞이라 프로모션 물량이 대량으로 가야 하는데 그 부분이 재고로 다 커버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LG전자는 북미 가전 수출 물량의 20%가량을 한진해운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비중이 40%에 달한다. 기업들은 당초 예상보다 물류 대란이 심각하게 전개되자 대체 선박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해운업계에선 이번 물류 대란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국내 기업들의 화물 수송에 차질이 빚어질 뿐 아니라 해상 운임이 급등하면서 수출 경쟁력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대기업에 비해 대체 선박을 찾기 힘든 중소기업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일부 중소업체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해상 운임보다 훨씬 비싼 비행기로 화물을 실어나르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화물 배송이 늦어지면 바이어가 거래를 끊을 수 있다”며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A사는 한진해운 컨테이너에 실은 제품이 녹슬어 80만달러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용 와이어를 수출하는 중소기업 B사는 미국과 유럽에 10억원어치 제품을 납품하지 못해 바이어가 끊길 위기에 처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바이어를 잃게 된 중소기업은 상당수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를린=노경목/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