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은행, 6∼8월 주택담보대출 증가규모 2010년 이후 최대
8월에도 4조원 증가…부동산 호황 당분간 계속될 듯


이사철 비수기인 8월에도 주택담보대출이 4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 등 6대 은행의 8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71조5천49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9천884억원 증가했다.

올해 6월(4조84억원), 7월(4조2천18억원)에 비해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으나 8월에도 여전히 4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은 6∼8월 여름철 비수기에만 12조2천억원이 순증했다.

매월 평균 4조원가량 증가한 셈이다.

정부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올해 5월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됐지만 대출 증가세가 줄지 않고 있다.

올해 6∼8월 증가액은 안심전환대출이 실행됐던 지난해를 제외하고 2010년 이후 여름 기간 최대 규모의 순증이다.

2010∼2013년 여름(6∼8월)에는 2조7천억원∼4조8천억원 정도의 대출이 이뤄지는 데 그쳤다.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되기 시작했던 2014년 여름에는 약 10조원이 같은 기간 대출됐다.

정부의 대책에도 대출이 증가하는 건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6∼8월 부동산 거래는 3만8천110건으로 집값이 크게 뛰며 호황기를 누렸던 작년 같은 기간보다 4천572건(13.6%) 늘었다.

특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8월에는 1만2천건을 돌파, 7월(1만4천262건)을 제외하고 올해 들어 가장 빈번한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 6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두 달 만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대 중반까지 떨어지는 등 급속한 금리 하락도 대출 증가세에 기름을 부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집단대출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통상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은 전체 매매대금의 60∼70%를 2년여에 걸쳐 중도금으로 분할 납부하기 때문에 신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도 집단대출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부분이 있다.

올해 들어 이들 6대 은행의 집단대출은 매월 1조원 넘게 급증하는 추세다.

6∼8월에만 3조4천318억원이 늘었다.

다만 8월 집단대출은 6천502억원으로, 전월인 7월 증가액 1조2천783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증가세가 둔화했다.

한 시중은행의 대출 심사역은 "현장에서 대출 승인 건수가 줄고 있는 건 아니다"며 "우연히 상환되는 대출 규모가 8월에 많아 집단대출의 증가세가 둔화한 것 아닌가 추정한다"고 말했다.

다음 주에 전국 11개 사업장에서 5천여 가구의 분양이 이뤄지는 등 성수기인 9∼10월에만 전국적으로 10만 가구 넘게 분양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아파트 공급축소와 중도금 대출 보증 규제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대책을 지난달 25일 발표했지만 늘어나는 집단대출을 규제하기 위해 집단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문제 등 좀 더 강력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저금리 기조로 현재 부동산 시장이 좋은 데다가, 정부의 공급물량 축소 방침을 시장 일각에서는 집값 상승의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여서 앞으로 거래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고동욱 박의래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