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의 이익잉여금이 4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에서 주주들에게 배당 등으로 지출한 것을 빼고 사내에 쌓아둔 금액을 말한다. 일본 정부와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는 기업의 투자 부진을 이유로 내부유보금에 세금을 물리자는 얘기가 또다시 나오고 있다.

2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기업 이익잉여금은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기준 377조8689억엔(약 4081조원)으로 전년보다 23조엔(6.6%) 증가했다. 아베 신조 2차 내각 출범 전인 2011회계연도보다 96조엔 늘어난 것으로, 4년 연속 사상 최대다.

일본 기업은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에 따른 엔화 약세에 힘입어 지난해에도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냈다.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기업이 본격적인 설비투자를 망설인 점도 내부유보가 증가한 원인으로 꼽힌다. 올 들어선 엔화 강세 전환으로 기업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에서 기업 설비투자는 1분기에 전분기 대비 0.7%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에도 0.4% 줄었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경제 회복을 위해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설비투자에 쓸 것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이날 기자들에게 “투자 등에 기업 돈이 들어가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선 내부유보 과세 도입안도 제기된다.

경제계는 즉각 반발했다. 미무라 아키오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일 “기업의 의욕을 꺾고 시장경제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과세 도입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일본에선 지난해 세제 개편 시기에도 내부유보 과세를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